비가 언제 내렸냐는듯이 날씨가 맑아졌다.

온도도 약 13도 정도로 여행하기 정말 완벽한 날씨다.

 

오늘의 목적지는 이즈미르라는 도시로, 이즈미르는 그리스와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터키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다.

부르사에서는 약 350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차로 세시간 반을 달려야 한다.

도로에 차들이 거의 없고 뻥뻥 뚫려있어서 운전스트레스는 전혀 없다.

도로컨디션은 한국의 고속도로와 다를 바가 없는 수준이다.

과속카메라도 거의 없으니까, 모두들 자동차의 한계를 실험해 보자?

 

스쳐가는 풍경들이 너무 이쁘다. 동산들이 올리브나무로 도배되어 있다.

터키사람들은 올리브를 많이 먹는 만큼 많이 키우는구나.

 

이렇게 터키를 운전으로 이동하게 되면, 도시간의 거리가 너무 멀고 주변에 차량이 없어서, 졸음운전을 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졸음운전을 막을 수 있는 간단한 꿀팁?(과속 아님)을 소개할까 한다.

 

터키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소금간이 되어 있는 피스타치오 간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피스타치오들을 운전 중에 햄스터처럼 까 먹어 보자.

피스타치오는 이로 껍질을 까 먹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 입을 쉴 틈없이 놀려야 해서 절대 졸릴 수가 없다.

터키의 유명한 특산품 중 하나가 피스타치오이니만큼 맛도 정말 괜찮다.

비슷한 방법으로 해바라기씨를 먹는 방법도 있는데, 해바라기씨는 까먹는 난이도가 조금 더 높아서 추천하지는 않는다.

 

잠시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해 휴게소에 들렀다.

며칠 전에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벤티가 17리라(1700원)였는데, 어느 새 20리라(1800원)로 가격이 올랐다.

왜그런가 싶어 리라환율을 확인 해 보니 리라가 다시 90원대로 또 폭락을 했더라.

이제 원화로 계산하기가 조금 귀찮아졌다.

음.. 어떻게 보면 터키는 여행자도 인플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는 아주 신기한 나라다.

차라리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신의 한 수 였던 걸까.

심지어, 요새는 비트코인도 이렇게 변동하지는 않는데 말이다.

그래서, 터키에선 절대로 돈을 한 번에 전부 환전하면 안 된다.

한국 신용카드도 해외결제가 가능한 카드라면 터키 어디에서나 쉽게 쓸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카드를 사용하자.

 

드디어 도착한 이즈미르. 마치 제주공항에 온 것 처럼 도로변에 야자수들이 줄지어 서 있다.

뭔가, 확실히 휴양지에 온 느낌이 난다.

그리고 아랫지방으로 내려와서 그런지, 날씨도 16도 정도로 더 따뜻하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으니, 우선 대충 보이는 해안가 쪽 Otopark에 차를 주차하고 주차장 직원에게 어디가 유명하냐고 물어봤다.

 

바로 앞을 가르키는데, 보아하니 내가 잘 찾아온 게 맞는 것 같다.

바로 앞이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공원인가 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커플들이 공원에서 알콩달콩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어서 날씨가 다시 안 좋아졌으면 좋겠다.

는 장난이고, 분위기가 너무 평화롭고 고즈넉해서 산책하기 좋았다.

배들도 많이 다니는데, 그 중에는 맞은 편 그리스를 오가는 배도 있는 것 같았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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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을 달래던 도중 배고픔을 달래야할 것 같아,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미디예돌마를 발견했다.

미디예돌마는 홍합에 밥을 올려 한입에 먹는 음식인데, 하나에 3리라(270원) 정도로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몇 개 먹어서는 배도 안 차는데 당연히 싸야지?

홍합과 밥, 둘 다 실패란 없는 음식이므로 바로 도전해 봤다.

맛은 그냥 홍합에 소금과 레몬즙으로 간을 한 안남미밥을 같이 먹는 맛이다.

사실 홍합에서 뿜어나오는 감칠 맛을 기대했는데, 감칠맛이 레몬의 시큼한 맛에 묻혀서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덕분에 비린내도 전혀 안 나더라.

여기 사람들도 태국사람들 만큼이나 시큼한 맛을 좋아하는 것 같다.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진을 대충 찍어서 가수들이 보이지 않는데, 부르는 노래는 전부 터키가요인 것 같았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다같이 춤을 춘다.

홍차에는 분명히 알코올이 없는데, 술 한 잔 마시지 않고 어떻게 저런 텐션이 나오는지 한국인으로써는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이즈미르의 노을

드디어 솔로도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나도 바닥에 걸터 앉아 먼 바다를 구경해 본다.

어딜가나 바닥에는 먹다버린 해바라기씨 껍질들이 쌓여있다. 여기는 햄스터들이 많이 사나 보다.

넋놓고 멍 때리다 보니, 홍차장사를 하는 할아버지가 다가와서 보온병에 담긴 홍차를 팔고 간다.

가격은 2리라. 홀로 홍차를 마시며 노을지는 에게해를 음미하는 느낌이 썩 나쁘지 않다.

 

해가 지기전에 숙소를 구하는게 편하기 때문에, 다시 차를타고 이즈미르 시내로 향한다.

 

우리돈 27,000원 정도로 구한 이즈미르 시내의 로컬호텔.

방이 남아 도는지, 혼자 묵는데 더블베드룸을 줬다.

지배인 할아버지는 주차도 대신 해 주시고, 마주칠 때마다 인자하게 웃으시면서 인사해 주신다.

호텔 시설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절대로 27,000원 급의 호텔이 아닌데.. 이즈미르가 이스탄불보다 확실히 물가가 더 저렴한가 보다.

 

방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가본다.

 

길거리의 야자수가 여기는 휴양지라고 말을 하는 것만 같다.

오늘 저녁은 해안 도시에 온 만큼, 생선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 보기로 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이 아니어서 무작정 골목길을 돌아다니는데,

터키의 운전문화는 진짜 해도해도 너무 개판이었다. 솔직히 이건 터키사람들도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사람다니는 좁은 골목길에서 자동차가 후까시를 넣으며 질주하는 건 기본이고,

오토바이가 전속력으로 사람 사이를 스쳐지나간다.

따라서, 로드킬을 당하지 않으려면 알아서 잘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려는지 정말 대책없는 운전문화다.

 

돌아다니다가 발륵에크멕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발륵에크멕은 생선케밥 혹은 고등어케밥이라고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음식인데,

바게트 같은 빵 사이에, 튀기거나 구운 생선을 넣어 만든 샌드위치 비슷한 음식이다.

터키에서는 구운 육고기만 케밥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생선 케밥이라는 건 없다고 한다.

 

발륵에크멕과 터키 요거트인 아이란.

발륵에크멕을 주문하고 주인아저씨가 마실 것을 물어보기에 아이란을 달라고 하니, 아저씨가 웃으며 따봉을 날린다.

이어서 어느나라에서 왔냐고 묻기에 코레(한국)라고 대답하니 예상하던 대답이 들려온다.

페네르바체~ 페네르바체~ 김민재~ 김민재~

대부분 남자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페네르바체와 김민재 이야기를 꺼내는게 국룰인 것 같다.

터키에서 축구의 인기가 굉장히 높고 우리나라의 김민재 선수가 페네르바체라는 터키 축구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여러 방면으로 한류가 터키를 휩쓸고 있는 행복한 요즘이다.

 

발륵에크멕의 맛이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생선에 간이 좀 짜게 되어있는데, 이게 겉의 빵과 신선한 야채를 같이 베어물게 되면 간이 딱 맞게 된다.

빵 때문에 목이 막히거나 양파가 살짝 칼칼할 때는 아이란을 마셔주면 기가막히게 어울린다.

먹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고양이들이 몰려와서 바지끄댕이를 붙잡는다.

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미안하게도 고양이들에게 줄 건 남지 않았다.

총 가격은 25리라(2200원) 정도였다. 한 달을 살고 싶게 만드는 물가다. 

 

이대로 그냥 호텔에 돌아가기는 뭔가 아쉬워서, 다른 식당에서 뭐 하나 더 집어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여기서 시킨 음식은 타북듀륨.

타북은 닭고기라는 뜻이고, 듀륨은 케밥을 또띠야같은 얇은 빵으로 감싸서 랩처럼 먹는 방식을 뜻한다.

보통 이태원에서 파는 케밥들은, 사실 듀륨형태로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난 한국에 있을때 케밥이라는 말 자체가 이렇게 랩으로 감싼 형태를 뜻하는 줄 알았다.

알고보니, 케밥이라는 말은 그냥 불에 구운 고기를 터키에서 다 케밥이라고 말하는 것이고,

고기를 접시에 담아 먹으면 그냥 케밥, 또띠아에 감싸서 먹으면 듀륨, 쌀밥이랑 먹으면 필라브 이런식으로 먹는 방법과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케밥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시킨 타북듀륨 단품가격은 14리라(1300원)이다.

이 돈으로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게 있긴 할까? 정말 너무 저렴하다.

 

닭고기가 가득 들어있다.

닭이야 뭐 어떻게 요리하던 맛이 없을 수가 없으니, 아주 익숙한 맛이 난다.

포장해가서 운전 중에 먹으면 이만한 요깃거리가 없을 것 같다.

이태원에서 먹으면 8,000원은 할텐데.. 여기서는 너무나도 저렴하구나.

 

 

터질듯한 배를 부여잡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직 9시도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리만큼 도시가 깜깜하다.

이즈미르가 시골이라서 그런가? 하고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뭔가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엄청 시끄러운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혹시라도 위의 사진들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당신은 엄청난 눈썰미를 가진 사람이다.

 

자세히 보면, Sok 편의점과 약국(ECZANE) 앞에 기름으로 작동하는 전기발전기가 나와있다.

거리 전체가 전부 정전이 나서, 호텔이고 편의점이고 할 것 없이 전부 전기가 나간 상황이다.

그런데 웃긴 건, 어느정도 큰 가게들은 각자 다 발전기를 갖고있고, 마치 정전이 익숙한 듯이 바로 발전기를 꺼내 쓰고 있었다는 거다.

그 말인 즉슨, 정전이 흔한일이라는 건데, 이즈미르 같은 대도시의 전기사정이 이러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우리나라였다면, 민원이 빗발칠뿐만 아니라 뉴스에까지 나오고 난리가 났을텐데.

터키가 확실히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운 상황이긴 한가보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묵는 호텔거리도 전부 다 정전이었다.

다행히 내가 묵는 호텔은 그 중에서도 좀 급이 있는 호텔이었는지, 자가 발전시설이 있어서 객실까지 전기가 공급됐다. 전기 공급이 재개되는데까지는 약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내일은 이즈미르를 떠나 셀축이라는 작은 마을로 떠나야 하기에 일찍 잠에 들었다.

 

 

블로그 이미지

찰리와마약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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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먼 나라로 여행을 와서 그런지 시차적응이 쉽지 않다.

 

동남아정도야 기껏해야 한국에서 2시간 정도밖에 차이가 안나니 별 상관이 없는데, 터키는 한국보다 6시간이나 느리기 때문에, 아무리 잠을 자려고 해도 새벽 3~4시에 눈이 떠져 버린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아침 새벽에 산책이나 할 겸 호스텔을 나왔다.

호스텔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바다(금각만)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한강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는데 이스탄불은 바다가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다.

터키에는 고양이가 정말 많다. 그리고 여기 고양이들은 다들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도망가지 않는다.

아마, 고양이들을 해치거나 내쫓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아침새벽 운동을 하는 터키 아줌마

이렇게 터키사람들은 고양이들이 겨울에 추울까봐 스티로폼으로 집을 마련해주기도 하는데, 사실 이스탄불의 겨울은 서울에 비하면 그닥 춥지가 않다.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으며, 따뜻한 날에는 온도가 14도 까지도 올라간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고양이들은 영하 15도 날씨에 꽁꽁 언 총각무를 씹어먹으며 맨몸으로 버티는데, 고양이도 어디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서 묘생?이 달라지는 것 같다.

 

아침을 좀 먹으려고 아무리 두리번 거려도 문을 연 케밥집이 없다.

원체 한국에서도 아침을 잘 챙겨 먹는 편이라, 아침에도 고기를 먹고 싶었는데, 아침에는 모든 가게가 간단한 수프만 팔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수프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수프이름은 모르겠다.

토마토랑 라임, 콩 등이 들어간 수프였는데, 맛은 그냥 텁텁하고 시큼한 맛이었다.

역시나 빵은 꽁짜로 제공해 준다. 빵은 그냥 무맛.

가격은 8리라 (800 원) 정도 였다. 맛은 모르겠지만 가격은 미친듯이 싸다.

대충 아침을 때우고 도심지로 나갔다.

 

이스탄불에도 우리나라처럼 도로의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지하통로의 역할과 쇼핑몰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지하상가들이 있다.

사실 뭐 이런게 색다를 건 없는데,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터키는 흡연에 대해 엄청나게 관대하다는 것이다.

남녀할 것 없이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피는데, 특별히 금연구역이라고 써있지 않으면 모든 곳이 흡연구역이다.

지하상가에서도 담배피는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 버스기사와 택시기사도 차 안에서 담배를 핀다.

유모차를 끌고다니는 아주머니도 쿨하게 길빵을 하는데, 아마 이런 상남자, 상여자 기세에 눌려 코로나가 쉽게 덤비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지나갔던 이 지하상가에서는 2000년 초반의 한국 PC방 냄새가 났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스타하러가면 맡을 수 있었던 매우 친숙한 냄새다.

 

점심은 길거리에 있는 로컬 되네르 케밥집에 들어가서 해결했다.

여기서 내 무지함 때문에 웃긴 일이 있었는데, 나는 사실 되네르 케밥이 케밥이름인 줄 알았다.

직원이 영어를 거의 못 했고 나도 터키어를 못 했기 때문에, 무엇을 먹을거냐는 직원에 질문에 그냥 되네르케밥을 달라고 계속 말했는데, 사실 되네르는 그냥 고기를 꼬챙이에 꽂아서 수직으로 세워 굽는 방법자체를 의미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식당은 모든 고기를 되네르방식으로 구우니까, 사실 대부분의 메뉴가 되네르케밥이었던 것이다.

직원이 자꾸 무슨 동물을 먹을거냐고 물어보길래, 소랑 닭을 달라고 했고, 어찌저찌 음식을 받아서 잘 먹긴 했다. 가격이 저렴한 로컬 식당이라 그런지, 뭐 특별하게 맛있지는 않았다. 소고기도 좀 퍽퍽한 편이었고.

같이 마신 음료 중,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것은 아이란이라고 하는 터키 요구르트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플레인요구르트에 살짝 소금을 친 맛인데 터키사람들은 밥 먹을 때 같이 먹는다.

나한테는 신기하게도 잘 맞았다. 고기의 느끼함과 잡내를 짭잘한 요구르트가 잘 중화해 주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점심을 먹고서는 이스탄불에 있는 어느 쇼핑몰로 갔다.

쇼핑몰에 간 이유는 별 것 없다. 주차가 쉽고 주차비가 무료라서 갔다.

여기도 스타벅스는 굉장히 흔하게 있는데, 가격이 한국이랑 비교하면 미친듯이 싸다.

Caffe Americano 가 우리가 먹는 아메리카노인데, 톨 사이즈가 13리라(1300원), 가장 큰 벤티사이즈가 17리라(1700원)이다.

리라가치가 잡코인처럼 급변하다 보니 가격표는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옆테이블 터키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사기꾼인줄 알고 경계했는데, 알고보니 경찰이었다. 근무가 끝나고 친구랑 쉬러 왔다고, 갑자기 차를 한잔 나에게 사준다. 이름은 메르트 였는데, 굉장히 사교성있는 젠틀한 친구였다. 나중에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일정 상 만나지 못 한게 아쉽다.

그 친구가 사준 차는 차이라고 하는 홍차이다(두번째 사진). 터키에서는 사람들이 차이를 물 마시듯이 마신다.

밥 먹기 전에도 마시고, 밥 먹으면서도 마시고, 밥 먹고 나서도 마시고, 밥 없어도 마시고 담배피면서도 마시고, 그냥 생활의 일부다.

가운데가 홀쭉한 유리잔에 담아서 마시는데, 그렇게 마시면 윗부분은 빨리 식어서 쉽게 마실 수 있고, 밑 부분은 잘 안식어서 뜨거움이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맛은 우리가 한국에서 먹는 얼그레이티나 홍차(블랙티)와 거의 똑같은데, 여기 사람들은 설탕을 넣어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 여기 사람들은 디저트와 커피, 차에 설탕 넣는 것을 무지 좋아하는 것 같다.

 

길거리에 있던 이름모를 모스크.

터키에는 이런 모스크가 셀 수 없이 많다. 모든 모스크들에 확성기가 달려있어서, 하루에 5번, 아잔이라는 무슬림 기도송?이 나오는데, 노래가 나올 때면 비로소 무슬림 국가에 있다는 것이 실감된다.

그런데 세속주의라 그런지, 노래가 나온다고 해서 하던걸 멈추고 기도를 한다던가, 상점이 문을 닫는다던가 그런건 일절 없다. 그냥 대부분의 터키사람들도 나처럼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저녁에는 숙소를 베욜루(탁심근처)에서 아시안사이드인 카디쾨이로 옮겼다.

숙소는 otopark에 차를 주차한 뒤 근처의 로컬호텔로 그냥 직접 걸어 들어가는 식으로 해서 구했는데, 250리라(2만 5천원)에 조식까지 모두 포함이다. 방 자체는 하루 지내기에 크게 나쁘진 않았다.

확실히 유럽사이드에서 아시아사이드로 넘어오니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

아시아사이드가 좀 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동네인 것 같다.

음식은 괜찮았다. 터키사람들은 아침에 주로 다양한 종류의 치즈와 올리브, 햄, 빵 등을 먹는 것 같다.

솔직히 빵순이 빵돌이들한테는 행복한 밥상이겠지만, 나는 육식주의자라 사실 손이 많이 가지는 않았다.

두부인줄알고 크게 베어먹은 것도 먹고 보니 치즈라서 짜서 죽는 줄 알았다.

터키도 유럽만큼이나 치즈 소비량이 엄청나다. 어딜가나 치즈는 빠지질 않고 어느 음식에나 치즈가 들어간다.

 

여기서도 아침식사 후 차이를 마셨는데, 차이를 에스프레소로 마셨다..?

터키에서는 차이를 우리는 전용 주전자가 있다. 2단으로 되어있는 주전자가 그 것인데, 1단에는 2단을 가열하는 뜨거운 물이 들어있고, 2단에 물과 찻잎이 들어가서 2단에서 홍차가 매우매우 진하게 우려진다.

차를 마실 때에는, 2단 주전자에 있는 홍차엑기스를 적당히 붓고 1단에 있는 뜨거운 물로 희석해서 마시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 당시 내가 그런 걸 알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2단 주전자에 있는 엑기스만 따라서 마셨었다.

엑기스만 마시면 너무 진해서 떫은 맛이 난다.

아~ 터키사람들은 진한 걸 좋아하는 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식사 후, 아침일찍 산책도 할 겸 카디쾨이 선착장 부근으로 나가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너무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다.

이스탄불에서는 금각만과 보스포러스 해협이 이스탄불 중심을 3분할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페리들이 아시안사이드와 유럽사이드를 이으며, 대중교통의 역할을 한다. 배 이외에는 아시아사이드에서 유럽사이드로 넘어가는 방법이 유라시아 해저터널 혹은 보스포러스 대교를 거치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어서 교통체증이 심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페리를 이용해서 이동한다.

 

점심 쯤엔 유럽사이드에 있는 갈라타포르트라는 최근에 지어진 관광지로 갔다.

계속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우중중한 날씨라 좀 아쉬웠지만, 갈라타포르트 자체는 굉장히 이쁜 곳이었다. 부둣가를 따라 줄지어 있는 스테이크집들이 많은데, 한국인 입장에서는 가격이 그닥 비싸지 않으니, 여기서 식사를 해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 그 유명한 솔트배의 분점도 여기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여기서 이것 저것 먹고 싶었지만, 생체리듬이 깨져서 그런지, 그닥 배고픔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카페에 들러서 앞으로 이동할 경로를 계획한 뒤, 저녁을 근사하게 먹기로 했다.

식당 사진을 안 찍어서 퍼옴

저녁은 현지인의 추천으로 Ghalia Lounge 라는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트립어드바이저랑 구글에서 검색해 봤을 때도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이었는데, 도착해 보니 발렛파킹도 해주고, 웬만한 호텔식당 뺨치는 분위기가 나서 사실 좀 쫄았다.

바로 앞에 보스포러스 대교와 해협도 보이는 뷰에다가 인테리어도 궁전마냥 고급스러워서 한국이라고 치면, 인당 8만 원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메뉴판을 펼치자 마자 안심했다. 가장 비싼 메인 메뉴들이 120리라~190리라 사이다.

즉, 우리 돈 12,000원 에서 19,000원 사이라는 것이다. 현지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리라가치가 폭락하면서 우리나라 사람한테는 터키 물가가 너무나도 저렴하게만 느껴진다.

ㅇㅇ 이건 내가 찍음

주문한 램스테이크다. 첫 날 탁심광장에서 먹은 램스테이크와는 사이즈와 퀄리티부터 차원이 다른데, 가격은 170리라(17,000원)로 더 저렴하다.

아마 이 정도 퀄리티의 램스테이크를 한국에서 시키면 못해도 4~5만 원은 하지 않을까 싶다.

터키 리라가치의 폭락으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 지면서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터키는 비옥한 땅(과일을 땅에 쑤셔 박기만 해도 잘 자란다고 한다.) 덕분에 식량자원이 매우 풍족한 나라라서, 고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음식이 자급자족되는 나라이다.

그러다보니, 수입품 가격이 미친듯이 오를 때, 음식가격은 그나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인건비마저 너무 저렴하다 보니 (단순 노동자들의 월급이 우리 돈 약 40만 원 대이다.),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는 리라가치가 폭락할 때 터키에서 최대한 많이 먹는게 남는 것이다!

 

맛은 잡내 하나없이, 육즙이 베어나오면서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었는데, 거리만 가깝다면 맨날 가서 먹고싶은 맛이었다. 만 칠 천원이면, 요새는 우리나라에서 치킨 하나 시켜먹기도 아슬아슬한 가격인데.. 여기선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후식은 스타벅스에서 터키커피를 마셨다. 터키 스타벅스에서는 기존 메뉴 뿐만아니라 터키의 전통커피또한 주문할 수 있다. 터키커피를 주문하면 조그마한 물 한잔과 터키커피, 씁쓸함을 달랠 터키의 전통 디저트인 로쿰 1개를 준다.

 

터키식 커피는 꽤 진한 편인데, 평상 시에 아메리카노에 투 샷 이상 넣어서 먹는 사람들한테는 아주 잘 맞을 정도의 진함이다. 그런데 사실 진한 정도보다 더 차이나는 것이 있다.

터키 커피는 커피가루를 필터로 거르지 않고 그냥 통째로 물에 넣어서 끓여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커피를 받고나서 가루가 밑에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마셔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조금 남은 커피를 마시려고 하면, 커피가루까지 입에 다 들어가서 백사장 모래를 먹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입을 헹구라고 조그마한 물 한잔을 같이 주는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목이 말라서 먼저 물을 마셔버리는 바람에 마지막에 휴지로 혓바닥을 닦았다.

맛과 향은 진하고 좋지만 가루처리가 조금 까다로운게 터키커피의 특징이다.

 

다음 날에는 이스탄불을 떠나 게브제라는 작은 도시로 향했다.

이스탄불의 겨울은 날씨가 흐리다.

 게브제는 부르사라는 도시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게브제를 지나는 김에, 여기에 사는 터키인 친구를 쇼핑몰에서 만나기로 했다.

 

터키인 친구는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언어교환어플을 통해 만난 친구인데, 게브제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수학선생님이다.

그 친구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면서, 식당가 카페에서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는 찰나, 학생처럼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와서 한국말 인사로 말을 걸었다.

 

무언가 했더니, 한국 사람을 좋아한다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얼떨결에 사진을 같이 찍었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웃긴 일이다. 나는 연예인도 아니고 평범한 여행객일 뿐인데.

확실히 이 동네에 동양인이 없어서 그런지 내가 신기하게 생겼나 보다.

 

퇴근한 터키인 친구를 쇼핑몰에서 만나고 식당가에서 밥을 먹었다.

들어간 식당은 이스켄데르 케밥을 파는 흔한 프렌차이즈 식당이었다.

이스켄데르 케밥은 부르사라는 도시에서 발명된 요리로, 소고기 케밥에 끓인 버터를 뿌려 고기 밑에 깔린 빵과 같이 먹는 음식으로 터키에서 아주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이다.

왼쪽의 하얀색은 요거트인데, 버터와 고기에서 나오는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친구가 말하기를 여기는 그냥 프렌차이즈라 그런지, 요거트도 시중에 파는 인스턴트 요거트를 사용하고 케밥 맛 자체도 쏘쏘라고 한다. 나는 아직 오리지널 케밥을 먹어보지 못 해서 그런지, 그냥 맛있게 먹었다.

어차피 부르사로 향하고 있으니, 도착하면 진짜 오리지널 이스켄데르 케밥을 먹어볼 예정이다.

 

배를 채우고, 친구의 고향인 이즈미트라는 도시로 향했다.

이 친구는 주말마다 직장생활을 하는 게브제에서 부모님이 사는 이즈미트로 왔다 갔다 한다고 한다.

내가 게브제를 지나는 김에, 나를 부모님 집으로 가는 셔틀로 사용할 겸, 이즈미트 가이드를 해 주기로 했다.

마르마라 해가 보이는 이즈미트의 전경과 터키 음료인 살렙

도착한 이즈미트는 이스탄불에서 약 100km 가량 떨어져 있다.

이즈미트도 뭐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거나, 규모가 큰 도시는 아니라서, 관광객이 많이 오는 지역은 아니다.

저녁에 간단히 디저트를 먹고 헤어지고,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서 그 유명한 카흐발트를 (터키식 아침식사)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참고로 이 날은 202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이었다.

이스탄불에 있었더라면, 술도 마시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광란의 밤?을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이즈미트는 길거리에 펍도 안 보이고, 저녁이 되니까 가게들도 다 문을 닫았다.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보내는 분위기였다.

 

어떻게 보면 도시 분위기 자체가 순박해 보일 수 있는데,

솔직히 먹고 마시는데에 워낙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좀 아쉬웠지만, 뭐 어쩔수 없이 나도 조용히 기어들어갈 호텔을 알아봤다.

대충 구글에서 Otel을 검색해서 돌아다녔는데, 2021년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찾아간 호텔마다 풀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즈미트라는 도시가 관광도시가 아니다 보니 찾아 볼 호텔도 별로 없다.

보아하니, 로컬 커플들이 모든 방을 다 차지한 것 같았다.

호텔 3군데를 돌면서 거절을 당하다 보니, 점점 새해를 차에서 맞이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 비즈니스호텔을 발견해서 밤 10시가 다 되어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지배인이 연말이라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미안하다는 듯이 350리라(3만 5천원)를 제시했다.

비싸긴 커녕 기분좋은 마음으로 체크인을 했는데, 비즈니스호텔이라 그런지 모든 시설이 깔끔하고, 깨끗하다.

 

오늘이 2021년의 마지막날만 아니었다면 괜찮았을텐데, 타지에서 쓸쓸하게 새해를 맞게되니까 기분이 좀 묘하다. 그래도 차에서 노숙하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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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마약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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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있는 회사의 배려로 작년 말에 약 2주 간의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어디로 여행을 갈까 고민하다가 터키를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터키로 정한 가장 큰 이유는 터키의 화폐인 리라의 가치가 대폭락(차라리 비트코인이 리라보다 안전한 수준)을 하면서, 지금이 역사상 터키여행의 최적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유튜브로 물가를 검색해 보아도 모든 가격이 동남아보다 저렴한 것으로 보여서, 딱 지금이 우리에게는 돈 치트키를 치고 돌아다니는 느낌이 날 것 같았다.

코시국에 외국인 자가격리도 따로 없고, 볼 것 먹을 것 많은 것으로 유명한 나라가 터키이기에, 바로 이스탄불행 티켓을 구입했다.

 

티켓은 에미레이트 항공 공홈에서 구입했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세금, 유류세 다 포함해서 두바이 환승 왕복 63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

그리고 티켓 구입하면서 알았는데, 생각보다 터키가 멀더라.

TV 뉴스에서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모래바람 속 바주카를 쏘는 모습의 배경으로 주로 등장하는 아프간과 이라크같은 무시무시한 나라들보다 훨씬 더 먼 나라였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터키는 형제의 나라라고 친숙해져서 그런지? 터키를 은연중에 그닥 멀지 않은 나라라고 생각했나 보다. 직항으로는 11시간, 경유로는 인천-두바이 10시간, 두바이-이스탄불 5시간이 걸린다.

 

드디어 출국하는 날이 되었고, 퇴근 후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인천공항 문턱을 밟았던 때가 태국에서 돌아오던 2019년 겨울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시간이 벌써 2년이 넘게 흘러버렸다.

 

확실히 코시국에다가, 귀국 시 자가격리면제도 없어져서 그런지 인천공항이 엄청 썰렁했다. 체크인 대기줄이 거의 없었다.

터키는 PCR 음성결과서 혹은 백신접종증명서 둘 중 하나를 소지하고 있다면 입국 시 격리가 아예 없다.

난 한국에서 2차 접종까지 끝낸 터라, 에미레이트 카운터에서 체크인 할 때 HES 코드 발급증명서와, 백신접종증명서만 보여줬다.

에미레이트 항공 또한 PCR 음성결과서를 요구하지 않는 항공사이기 때문에, PCR은 필요없었다.

 

참고로 코시국에는 탑승권 발급을 키오스크에서 할 수 없고, 무조건 체크인 하는 카운터에서만 발급할 수 있다. 입국 조건이 되는지 탑승권 발급 전 일일이 체크하기 때문인 것 같다. 코로나 관련 터키 입국 조건이나 두바이 환승조건, 에미레이트 탑승 조건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에미레이트에 직접 전화해보는 것이 제일 정확하다.

 

탑승동 터미널은 미친듯이 썰렁했다. 모든 식당가와 카페, 대부분의 면세점이 문을 닫은 상태였고,

너무 썰렁해서 마치 문닫은 백화점에 들어온 느낌이 났다.

이게 진짜 인천공항이라니.. 씁쓸하다..

 

내가 두바이까지 타고 갈 에미레이트의 보잉 777-300 기종이다. 에어버스 A380 이랑 비교하면 크기는 조금 작지만, 사실 내가 앉는 좌석사이즈는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보잉 777 자체도 사실 큰 편이긴 하다.

엔진 한 짝이 제주도가는 비행기의 몸통만 하다.

 

인천발 두바이행은 비행기에 사람이 반도 안 타서, 이코노미인데도 그나마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확실히 에미레이트가 돈이 많은 항공사라 그런지, 장비가 좋다. 대형 모니터에 뭐 여러가지 잡기능이 많다.

그리고 안대와, 귀마개, 칫솔, 양말 등이 들어있는 귀여운 파우치를 나눠주는데, 이상하게 일회용슬리퍼는 안들어있다 (양말이 슬리퍼 대용인가?).

좌석 등짝에는 파워아울렛과 충전용 USB단자가 달려있어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데, 이륙 이전에는 충전용 단자와 콘센트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 날은 날씨가 추워서 그랬는지, 날개에 언 얼음을 녹인다고 1시간 넘게 이륙이 지연됐다. 그래서 밥을 새벽 2시 쯤에 먹은 것 같다. 밥도 아주 잘 나온다. 인천발 혹은 인천행 노선은 김치를 꼭 주는데, 그 맛이 우리집 김치보다 낫다.

이슬람 국가 항공사라 걱정했는데, 술도 다 제공한다. 맥주, 위스키, 보드카 종류별로 다 있다.

역시 비행기에서는 술 한잔 마시고 잠에 들어 텔레포트하는게 짱이다.

 

 

드디어 도착한 두바이 공항

여기서 부턴 그냥 다른세상이다. 마치 코시국 이전의 세상으로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

사람들도 많고, 문 닫은 가게도 없다. 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그런데 두바이공항 물가는 사악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우리나라 돈 8,000원이다. 확실히 기름이 펑펑나는 빠른무한맵에서 사시는 행님들이라서 그런지, 미네랄밖에 없는 맵에 사는 우리로써는 물가가 무시무시하다.

밥은 참았다가 그냥 비행기에서 배급해 주는 걸 먹기로 하자.

하나 좋은 건, 두바이 공항 와이파이는 인천공항처럼 무료에다가 굉장히 빨라서, 한국사이트에 접속하거나, 파일을 업로드, 다운로드 하는데에 전혀 막힘이 없다. 느낌 상으로는 가정집 와이파이 수준으로 빠릿했던 것 같다.

기름냄새가 나는 인프라다.

 

최첨단 장비로 콩순이 컴퓨터를 즐기는 애기들의 모오습

 

두바이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는 에어버스 A380 비행기였다. 확실히 엄청 크다. 그런데 사실 비행기는 커도 내가 앉는 자리 크기는 똑같다.. 얼른 돈 많이 벌어서 2층에 한번 타 보자.

 

이스탄불행 비행기에서는 연어스테이크를 줬다. 중동발이라 그런지 호무스라는 중동음식을 줬는데, 내 입에는 잘 맞았다. 병아리콩을 갈아서 만든다고 하던데, 그냥 먹어도 되고 빵에 발라먹어도 맛있다.

갈린 콩의 텁텁함과 크리미한 부드러움이 섞인 묘한? 텍스쳐에 중동의 향신료맛이 더해진 음식이다.

에미레이트 밥이 나랑 아주 잘 맞는 것 같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에미레이트 비행기에서는 유료긴 하지만, 위성 인터넷을 통한 기내 와이파이가 된다.

원래는 메신저에 한 해 2시간 무료서비스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탔을 때는 무료서비스는 없었다.

어느정도의 업무가 가능한가 궁금해서 16불을 결제하고 무제한 데이터를 신청해서 사용해 봤는데, 진짜 개 느리다. 무제한이라는 말이, 어디 한번 무제한으로 쓸 수 있으면 써봐라? 라는 의미인 듯 하다.

인터넷 웹서핑은 2~3분 기다리면 한 페이지 정도 볼 수 있고, 메신저로 텍스트 메세지 보내는거 이외에는 암 걸려서 아무것도 못하는 속도다.

서비스 설명으로는 지구 밖 34,000km 상공의 위성으로 지상과 통신을 한다고 하는데, 내 메세지를 단돈 16불에 왕복 70,000km 를 왔다리 갔다리? 시켜준다고 생각해보면 비싸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메세지 정도는 잘 되니, 중요한 메세지를 주고 받아야 하거나, 이메일 한 두개 열람하거나 전송해야 하는 경우에는 요긴할 듯 하다.

 

드디어 도착한 이스탄불 공항. 터키항공의 허브공항답게 빨간색의 터키항공 비행기가 주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입국심사는 진짜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심지어 HES 코드증명서를 요청하지도 않는다.

그냥 대한민국 여권과 백신접종증명서만 보여주면 프리패스. 코시국이 맞는지 의아한 수준이다.

 

나는 이스탄불 말고도 다른 도시도 가 보려고, 이스탄불공항에서 입국과 귀국에 맞추어서 2주 간 렌트카를 빌렸다.

렌탈카스닷컴을 통해 Garenta 라는 회사에서 피아트의 에게(Egea) 라는 소형차를 빌렸는데, 이스탄불공항에서는 렌트카를 픽업하기가 너무나도 편리하게 되어있다. 공항 도착층 바로 앞에 렌트카 전용 지하주차장이 있어서 코 앞에서 차량을 픽업하고 운전해서 나갈 수 있다.

가격은 꽤 저렴했다. 2주 간 총 렌트비용은 22만 원 가량이었고, 현장에서 면책금 없는 풀커버 보험을 추가로 드는데에 1000리라 (약 10만 원) 정도를 추가 지불 했다.

근데 좀 어이가 없는게 직원에게 물어보니 기본 보험은 사고 시 최대 보장액이 700리라 (잘 못 쓴거 아님.) 라더라. 700 리라는 원화로 환산하면 7만 원이다.. 뭔 장난감 자동차도 아니고..? 사실 상 보험이 없다고 보는게 맞다. 그래서 풀커버보험을 어쩔 수 없이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들기를 잘 했다.

터키사람들 차 운전문화가 많이 개판이라, 주차된 차를 긁어놓고 말도없이 도망가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그걸 당했다.

차는 21년식에 1만 키로도 안 뛴 새차여서 컨디션이 최고였다. 에어컨도 오토였고, 네비는 안되지만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동되는 멀티미디어 시스템도 장착되어 있었는데, 미션이 수동이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수동을 고른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조금 더 저렴한데다가 재미있어 보여서 수동으로 골랐던 건데.. 하.. 이것 때문에 이스탄불에서 오줌 쌀 뻔했다.. 여러분들은 수동 렌트하지 마세요.. 아니 이스탄불에서 렌트하지마세요. 이스탄불에서 자동차는 쓰레기일 뿐 입니다.. 차라리 자전거를 렌트하는게 낫습니다.

 

 

보다시피 대부분의 여행객이 머무는 이스탄불의 중심지(카드쾨이, 에뮈뇌늬, 베욜루 등)에서는 길거리 주차 각이 아예 안나온다. 애초에 주택가는 차량이 1대 밖에 지나갈 수 없는 폭의 이면도로로 길이 구성되어 있고, 이 조차 인도에는 개구리주차를 할 수 없도록 주차방지 콘크리트 구조물이 인도 가장자리를 따라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이스탄불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고층아파트나 고층호텔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는 그 흔하디 흔한 지하주차장이 대형 쇼핑몰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건축법에도 주차면수를 확보하는 규정이 없거나 대부분의 주택가들이 차량이 많지 않던 오래전에 지어진 것 같았다.

차는 미어터지도록 많고, 주차공간은 없으니, 웬만한 글로벌 프렌차이즈 호텔이 아니면, 터키 로컬 호텔들(터키어로 Otel 이라고 부른다)은 호텔주차장이 없다. 아고다나 호텔스 닷컴에서 주차장이 있다고 표시되어있어도 막상 가보면 없다. 아니, 호텔 리셉션에 주차장 물어보려고 잠깐 정차할 공간조차 없다.

우리나라는 강남 한복판 모텔에도 주차장이 있고, 교통체증의 지옥으로 유명한 방콕의 저렴한 부티크호텔들도 주차장이 딸려있어서 이스탄불도 그려려니 했는데, 내 판단착오였다.

이스탄불 중심지에서의 주차는 서울과도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진짜 이스탄불에서 차 끌고 그 미친듯한 교통체증속에서 호텔 주변을 몇 바퀴 돌다보면 차를 그냥 버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차라리 차량을 otopark(터키말로 주차장)라고 하는 유료주차장에 주차한 이후, 그 주차장에서 가까운 호텔을 찾아서 숙박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심지 호텔이나 주택가에 주차장은 없어도 otopark는 많이 있다. 주차비용은 보통 하루에 3000원 ~ 8000원 사이.

터키 현지인들에게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otopark에 주차차량이 미어터져 관리인이 발렛으로 겹겹이 주차하기에, 한 번 차를 박으면 빼기가 쉽지 않다.

 

운전같은 경우는, 이스탄불에 언덕이 많아서 수동을 타게 되면 출발 시 뒤로 밀리거나, 자칫하면 시동을 꺼먹기 일수다. 이런 경우, 실패할 때마다 점점 뒤로 밀리면서 상대방 차량에 가까워 지기 때문에 기회가 몇 번 없다. 정말 등짝을 식은땀으로 적셔가며 스파르타식으로 수동연습을 하고 싶으면 수동을 추천한다.

언덕진 주택가의 다운힐 이면도로에서는 마주오는 차량과 일기토를 하다가 도저히 오르막 후진이 안 되어서 (3번 이내에 후진을 성공 못하면 앞 차에 박게 된다.) 반대편 차에 타고 있던 터키 아재가 내 차를 빼주기도 했다.

 

나중에는 수동을 어느정도 마스터해서 즐기면서? 운전을 했지만, 이런 경험은 나 하나로 족한 것 같다.

여행에서는 최대한 신경쓸일을 줄이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그냥 렌트할 돈으로 택시나 타자?

 

나는 첫 날과 둘째 날을 탁심 근처 호스텔에서 묵을 예정이었는데, 호스텔 주인이 주차장이 있다고 하였지만 결국 없다는 것을 깨닫고, (걍 골목 빈 공간에 알아서 주차하는 것을 주차장이 있다고 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변 otopark에 주차한 후 호스텔에 짐을 풀고 이스티클랄 거리로 나왔다.

보다시피 여기는 코시국이 아닌 듯했다. 길거리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제한, 방역패스 따위는 없다. 사진에 보이다 시피 야외에서는 마스크 쓴 사람 반, 안 쓴 사람 반이다.

다들 코로나를 개의치 않아하는 분위기다. 보행자보다 자동차 우선인 터키의 운전문화에서 알 수 있듯이, 약하면 도태되고 강한 자만 살아남는 상남자의 나라가 바로 터키인 것이다.

 

이스티클랄 거리를 걷다보면 호객행위가 종종 있다.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거리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명동 포지션), 자연스럽게 각 식당과 펍의 삐끼들이 호객을 많이 하는데, 별로 공격적이지는 않다.

이 식당 저 식당 비교하기 너무 피곤하다 보니, 그냥 속는 셈치고 열심히 일하던 삐끼에게 기분좋게 낚여줬다.

새끼양(램)스테이크를 시켰는데, 가격이 200리라(약 2만 원) 정도 했다.

한국에서는 새끼양고기가 워낙 비싸니까 잘 몰랐는데, 이 가격은 터키 물가치고 굉장히 비싼 바가지 가격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터키에서는 음식을 주문하면 대부분 이런식으로 공짜 빵이 나온다. 맛은 그냥 아무 맛 없는 무맛이다.

램스테이크는 잡내 없이 매우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해서 맥주가 술술 넘어갔다.

간도 딱 알맞게 된 상태로 구워져 있어서 따로 소스를 찍을 필요도 없었다.

 

배도 어느정도 채웠겠다 맥주를 좀 마시려고 주변 거리를 걷다가 터키 아재랑 맥주를 마시게 됐다. 터키는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라 무슬림이더라도 그냥 술을 마신다.

좌측 사진 속 사람들이 모두 터키인들이지만, 모두 라크라는 터키전통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터키아재에게 물어보니, 술 마시는 것 자체는 괜찮고 취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취하려고 마시는데..ㅋㅋ

처음엔 맥주인 Efes를 마셨는데, 터키맥주도 독일 맥주 못지 않을 만큼 진하고 맛있었다.

터키의 전통술인 라크라는 술도 마셨다. 이 술은 포도로 만드는 독한 리큐르인데 본래의 색은 투명하지만, 물에 섞게 되면 막걸리처럼 하얀색이 된다.

특유의 강한 향이 있지만 (포도향은 결코 아니다), 나랑 잘 맞았었다.

이슬람 국가라 술을 제대로 못 만들줄 알았는데.. 만드는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그리고 터키사람들이 생각보다 터키사람들처럼? 안생겼더라.

보통 터키사람 하면, 까무잡잡한 피부에 검은머리와 턱수염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반 정도만 맞는 말이다.

나머지 반은 푸른눈동자에 금발인 터키인들도 있고, 아랍사람 처럼 생긴 사람들도 있고, 스탄나라에서 온 고려인처럼 생긴 사람들도 있다.

처음에는 금발에 푸른눈을 가진 백인들이 독일이나 서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인 줄 알았는데, 다 터키사람이라고 하더라.

여하튼, 볼 것도 많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스탄불의 첫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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