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먼 나라로 여행을 와서 그런지 시차적응이 쉽지 않다.

 

동남아정도야 기껏해야 한국에서 2시간 정도밖에 차이가 안나니 별 상관이 없는데, 터키는 한국보다 6시간이나 느리기 때문에, 아무리 잠을 자려고 해도 새벽 3~4시에 눈이 떠져 버린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아침 새벽에 산책이나 할 겸 호스텔을 나왔다.

호스텔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바다(금각만)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한강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는데 이스탄불은 바다가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다.

터키에는 고양이가 정말 많다. 그리고 여기 고양이들은 다들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도망가지 않는다.

아마, 고양이들을 해치거나 내쫓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아침새벽 운동을 하는 터키 아줌마

이렇게 터키사람들은 고양이들이 겨울에 추울까봐 스티로폼으로 집을 마련해주기도 하는데, 사실 이스탄불의 겨울은 서울에 비하면 그닥 춥지가 않다.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으며, 따뜻한 날에는 온도가 14도 까지도 올라간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고양이들은 영하 15도 날씨에 꽁꽁 언 총각무를 씹어먹으며 맨몸으로 버티는데, 고양이도 어디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서 묘생?이 달라지는 것 같다.

 

아침을 좀 먹으려고 아무리 두리번 거려도 문을 연 케밥집이 없다.

원체 한국에서도 아침을 잘 챙겨 먹는 편이라, 아침에도 고기를 먹고 싶었는데, 아침에는 모든 가게가 간단한 수프만 팔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수프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수프이름은 모르겠다.

토마토랑 라임, 콩 등이 들어간 수프였는데, 맛은 그냥 텁텁하고 시큼한 맛이었다.

역시나 빵은 꽁짜로 제공해 준다. 빵은 그냥 무맛.

가격은 8리라 (800 원) 정도 였다. 맛은 모르겠지만 가격은 미친듯이 싸다.

대충 아침을 때우고 도심지로 나갔다.

 

이스탄불에도 우리나라처럼 도로의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지하통로의 역할과 쇼핑몰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지하상가들이 있다.

사실 뭐 이런게 색다를 건 없는데,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터키는 흡연에 대해 엄청나게 관대하다는 것이다.

남녀할 것 없이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피는데, 특별히 금연구역이라고 써있지 않으면 모든 곳이 흡연구역이다.

지하상가에서도 담배피는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 버스기사와 택시기사도 차 안에서 담배를 핀다.

유모차를 끌고다니는 아주머니도 쿨하게 길빵을 하는데, 아마 이런 상남자, 상여자 기세에 눌려 코로나가 쉽게 덤비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지나갔던 이 지하상가에서는 2000년 초반의 한국 PC방 냄새가 났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스타하러가면 맡을 수 있었던 매우 친숙한 냄새다.

 

점심은 길거리에 있는 로컬 되네르 케밥집에 들어가서 해결했다.

여기서 내 무지함 때문에 웃긴 일이 있었는데, 나는 사실 되네르 케밥이 케밥이름인 줄 알았다.

직원이 영어를 거의 못 했고 나도 터키어를 못 했기 때문에, 무엇을 먹을거냐는 직원에 질문에 그냥 되네르케밥을 달라고 계속 말했는데, 사실 되네르는 그냥 고기를 꼬챙이에 꽂아서 수직으로 세워 굽는 방법자체를 의미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식당은 모든 고기를 되네르방식으로 구우니까, 사실 대부분의 메뉴가 되네르케밥이었던 것이다.

직원이 자꾸 무슨 동물을 먹을거냐고 물어보길래, 소랑 닭을 달라고 했고, 어찌저찌 음식을 받아서 잘 먹긴 했다. 가격이 저렴한 로컬 식당이라 그런지, 뭐 특별하게 맛있지는 않았다. 소고기도 좀 퍽퍽한 편이었고.

같이 마신 음료 중,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것은 아이란이라고 하는 터키 요구르트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플레인요구르트에 살짝 소금을 친 맛인데 터키사람들은 밥 먹을 때 같이 먹는다.

나한테는 신기하게도 잘 맞았다. 고기의 느끼함과 잡내를 짭잘한 요구르트가 잘 중화해 주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점심을 먹고서는 이스탄불에 있는 어느 쇼핑몰로 갔다.

쇼핑몰에 간 이유는 별 것 없다. 주차가 쉽고 주차비가 무료라서 갔다.

여기도 스타벅스는 굉장히 흔하게 있는데, 가격이 한국이랑 비교하면 미친듯이 싸다.

Caffe Americano 가 우리가 먹는 아메리카노인데, 톨 사이즈가 13리라(1300원), 가장 큰 벤티사이즈가 17리라(1700원)이다.

리라가치가 잡코인처럼 급변하다 보니 가격표는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옆테이블 터키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사기꾼인줄 알고 경계했는데, 알고보니 경찰이었다. 근무가 끝나고 친구랑 쉬러 왔다고, 갑자기 차를 한잔 나에게 사준다. 이름은 메르트 였는데, 굉장히 사교성있는 젠틀한 친구였다. 나중에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일정 상 만나지 못 한게 아쉽다.

그 친구가 사준 차는 차이라고 하는 홍차이다(두번째 사진). 터키에서는 사람들이 차이를 물 마시듯이 마신다.

밥 먹기 전에도 마시고, 밥 먹으면서도 마시고, 밥 먹고 나서도 마시고, 밥 없어도 마시고 담배피면서도 마시고, 그냥 생활의 일부다.

가운데가 홀쭉한 유리잔에 담아서 마시는데, 그렇게 마시면 윗부분은 빨리 식어서 쉽게 마실 수 있고, 밑 부분은 잘 안식어서 뜨거움이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맛은 우리가 한국에서 먹는 얼그레이티나 홍차(블랙티)와 거의 똑같은데, 여기 사람들은 설탕을 넣어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 여기 사람들은 디저트와 커피, 차에 설탕 넣는 것을 무지 좋아하는 것 같다.

 

길거리에 있던 이름모를 모스크.

터키에는 이런 모스크가 셀 수 없이 많다. 모든 모스크들에 확성기가 달려있어서, 하루에 5번, 아잔이라는 무슬림 기도송?이 나오는데, 노래가 나올 때면 비로소 무슬림 국가에 있다는 것이 실감된다.

그런데 세속주의라 그런지, 노래가 나온다고 해서 하던걸 멈추고 기도를 한다던가, 상점이 문을 닫는다던가 그런건 일절 없다. 그냥 대부분의 터키사람들도 나처럼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저녁에는 숙소를 베욜루(탁심근처)에서 아시안사이드인 카디쾨이로 옮겼다.

숙소는 otopark에 차를 주차한 뒤 근처의 로컬호텔로 그냥 직접 걸어 들어가는 식으로 해서 구했는데, 250리라(2만 5천원)에 조식까지 모두 포함이다. 방 자체는 하루 지내기에 크게 나쁘진 않았다.

확실히 유럽사이드에서 아시아사이드로 넘어오니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

아시아사이드가 좀 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동네인 것 같다.

음식은 괜찮았다. 터키사람들은 아침에 주로 다양한 종류의 치즈와 올리브, 햄, 빵 등을 먹는 것 같다.

솔직히 빵순이 빵돌이들한테는 행복한 밥상이겠지만, 나는 육식주의자라 사실 손이 많이 가지는 않았다.

두부인줄알고 크게 베어먹은 것도 먹고 보니 치즈라서 짜서 죽는 줄 알았다.

터키도 유럽만큼이나 치즈 소비량이 엄청나다. 어딜가나 치즈는 빠지질 않고 어느 음식에나 치즈가 들어간다.

 

여기서도 아침식사 후 차이를 마셨는데, 차이를 에스프레소로 마셨다..?

터키에서는 차이를 우리는 전용 주전자가 있다. 2단으로 되어있는 주전자가 그 것인데, 1단에는 2단을 가열하는 뜨거운 물이 들어있고, 2단에 물과 찻잎이 들어가서 2단에서 홍차가 매우매우 진하게 우려진다.

차를 마실 때에는, 2단 주전자에 있는 홍차엑기스를 적당히 붓고 1단에 있는 뜨거운 물로 희석해서 마시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 당시 내가 그런 걸 알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2단 주전자에 있는 엑기스만 따라서 마셨었다.

엑기스만 마시면 너무 진해서 떫은 맛이 난다.

아~ 터키사람들은 진한 걸 좋아하는 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식사 후, 아침일찍 산책도 할 겸 카디쾨이 선착장 부근으로 나가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너무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다.

이스탄불에서는 금각만과 보스포러스 해협이 이스탄불 중심을 3분할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페리들이 아시안사이드와 유럽사이드를 이으며, 대중교통의 역할을 한다. 배 이외에는 아시아사이드에서 유럽사이드로 넘어가는 방법이 유라시아 해저터널 혹은 보스포러스 대교를 거치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어서 교통체증이 심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페리를 이용해서 이동한다.

 

점심 쯤엔 유럽사이드에 있는 갈라타포르트라는 최근에 지어진 관광지로 갔다.

계속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우중중한 날씨라 좀 아쉬웠지만, 갈라타포르트 자체는 굉장히 이쁜 곳이었다. 부둣가를 따라 줄지어 있는 스테이크집들이 많은데, 한국인 입장에서는 가격이 그닥 비싸지 않으니, 여기서 식사를 해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 그 유명한 솔트배의 분점도 여기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여기서 이것 저것 먹고 싶었지만, 생체리듬이 깨져서 그런지, 그닥 배고픔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카페에 들러서 앞으로 이동할 경로를 계획한 뒤, 저녁을 근사하게 먹기로 했다.

식당 사진을 안 찍어서 퍼옴

저녁은 현지인의 추천으로 Ghalia Lounge 라는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트립어드바이저랑 구글에서 검색해 봤을 때도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이었는데, 도착해 보니 발렛파킹도 해주고, 웬만한 호텔식당 뺨치는 분위기가 나서 사실 좀 쫄았다.

바로 앞에 보스포러스 대교와 해협도 보이는 뷰에다가 인테리어도 궁전마냥 고급스러워서 한국이라고 치면, 인당 8만 원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메뉴판을 펼치자 마자 안심했다. 가장 비싼 메인 메뉴들이 120리라~190리라 사이다.

즉, 우리 돈 12,000원 에서 19,000원 사이라는 것이다. 현지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리라가치가 폭락하면서 우리나라 사람한테는 터키 물가가 너무나도 저렴하게만 느껴진다.

ㅇㅇ 이건 내가 찍음

주문한 램스테이크다. 첫 날 탁심광장에서 먹은 램스테이크와는 사이즈와 퀄리티부터 차원이 다른데, 가격은 170리라(17,000원)로 더 저렴하다.

아마 이 정도 퀄리티의 램스테이크를 한국에서 시키면 못해도 4~5만 원은 하지 않을까 싶다.

터키 리라가치의 폭락으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 지면서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터키는 비옥한 땅(과일을 땅에 쑤셔 박기만 해도 잘 자란다고 한다.) 덕분에 식량자원이 매우 풍족한 나라라서, 고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음식이 자급자족되는 나라이다.

그러다보니, 수입품 가격이 미친듯이 오를 때, 음식가격은 그나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인건비마저 너무 저렴하다 보니 (단순 노동자들의 월급이 우리 돈 약 40만 원 대이다.),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는 리라가치가 폭락할 때 터키에서 최대한 많이 먹는게 남는 것이다!

 

맛은 잡내 하나없이, 육즙이 베어나오면서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었는데, 거리만 가깝다면 맨날 가서 먹고싶은 맛이었다. 만 칠 천원이면, 요새는 우리나라에서 치킨 하나 시켜먹기도 아슬아슬한 가격인데.. 여기선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후식은 스타벅스에서 터키커피를 마셨다. 터키 스타벅스에서는 기존 메뉴 뿐만아니라 터키의 전통커피또한 주문할 수 있다. 터키커피를 주문하면 조그마한 물 한잔과 터키커피, 씁쓸함을 달랠 터키의 전통 디저트인 로쿰 1개를 준다.

 

터키식 커피는 꽤 진한 편인데, 평상 시에 아메리카노에 투 샷 이상 넣어서 먹는 사람들한테는 아주 잘 맞을 정도의 진함이다. 그런데 사실 진한 정도보다 더 차이나는 것이 있다.

터키 커피는 커피가루를 필터로 거르지 않고 그냥 통째로 물에 넣어서 끓여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커피를 받고나서 가루가 밑에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마셔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조금 남은 커피를 마시려고 하면, 커피가루까지 입에 다 들어가서 백사장 모래를 먹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입을 헹구라고 조그마한 물 한잔을 같이 주는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목이 말라서 먼저 물을 마셔버리는 바람에 마지막에 휴지로 혓바닥을 닦았다.

맛과 향은 진하고 좋지만 가루처리가 조금 까다로운게 터키커피의 특징이다.

 

다음 날에는 이스탄불을 떠나 게브제라는 작은 도시로 향했다.

이스탄불의 겨울은 날씨가 흐리다.

 게브제는 부르사라는 도시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게브제를 지나는 김에, 여기에 사는 터키인 친구를 쇼핑몰에서 만나기로 했다.

 

터키인 친구는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언어교환어플을 통해 만난 친구인데, 게브제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수학선생님이다.

그 친구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면서, 식당가 카페에서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는 찰나, 학생처럼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와서 한국말 인사로 말을 걸었다.

 

무언가 했더니, 한국 사람을 좋아한다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얼떨결에 사진을 같이 찍었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웃긴 일이다. 나는 연예인도 아니고 평범한 여행객일 뿐인데.

확실히 이 동네에 동양인이 없어서 그런지 내가 신기하게 생겼나 보다.

 

퇴근한 터키인 친구를 쇼핑몰에서 만나고 식당가에서 밥을 먹었다.

들어간 식당은 이스켄데르 케밥을 파는 흔한 프렌차이즈 식당이었다.

이스켄데르 케밥은 부르사라는 도시에서 발명된 요리로, 소고기 케밥에 끓인 버터를 뿌려 고기 밑에 깔린 빵과 같이 먹는 음식으로 터키에서 아주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이다.

왼쪽의 하얀색은 요거트인데, 버터와 고기에서 나오는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친구가 말하기를 여기는 그냥 프렌차이즈라 그런지, 요거트도 시중에 파는 인스턴트 요거트를 사용하고 케밥 맛 자체도 쏘쏘라고 한다. 나는 아직 오리지널 케밥을 먹어보지 못 해서 그런지, 그냥 맛있게 먹었다.

어차피 부르사로 향하고 있으니, 도착하면 진짜 오리지널 이스켄데르 케밥을 먹어볼 예정이다.

 

배를 채우고, 친구의 고향인 이즈미트라는 도시로 향했다.

이 친구는 주말마다 직장생활을 하는 게브제에서 부모님이 사는 이즈미트로 왔다 갔다 한다고 한다.

내가 게브제를 지나는 김에, 나를 부모님 집으로 가는 셔틀로 사용할 겸, 이즈미트 가이드를 해 주기로 했다.

마르마라 해가 보이는 이즈미트의 전경과 터키 음료인 살렙

도착한 이즈미트는 이스탄불에서 약 100km 가량 떨어져 있다.

이즈미트도 뭐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거나, 규모가 큰 도시는 아니라서, 관광객이 많이 오는 지역은 아니다.

저녁에 간단히 디저트를 먹고 헤어지고,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서 그 유명한 카흐발트를 (터키식 아침식사)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참고로 이 날은 202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이었다.

이스탄불에 있었더라면, 술도 마시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광란의 밤?을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이즈미트는 길거리에 펍도 안 보이고, 저녁이 되니까 가게들도 다 문을 닫았다.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보내는 분위기였다.

 

어떻게 보면 도시 분위기 자체가 순박해 보일 수 있는데,

솔직히 먹고 마시는데에 워낙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좀 아쉬웠지만, 뭐 어쩔수 없이 나도 조용히 기어들어갈 호텔을 알아봤다.

대충 구글에서 Otel을 검색해서 돌아다녔는데, 2021년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찾아간 호텔마다 풀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즈미트라는 도시가 관광도시가 아니다 보니 찾아 볼 호텔도 별로 없다.

보아하니, 로컬 커플들이 모든 방을 다 차지한 것 같았다.

호텔 3군데를 돌면서 거절을 당하다 보니, 점점 새해를 차에서 맞이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 비즈니스호텔을 발견해서 밤 10시가 다 되어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지배인이 연말이라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미안하다는 듯이 350리라(3만 5천원)를 제시했다.

비싸긴 커녕 기분좋은 마음으로 체크인을 했는데, 비즈니스호텔이라 그런지 모든 시설이 깔끔하고, 깨끗하다.

 

오늘이 2021년의 마지막날만 아니었다면 괜찮았을텐데, 타지에서 쓸쓸하게 새해를 맞게되니까 기분이 좀 묘하다. 그래도 차에서 노숙하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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