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에서 또 다른 터키인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도 언어교환어플을 통해 알게된 친구다.

최근 한류덕분에 한국과 한국어 공부에 관심있는 터키사람들이 많아서, 외국인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는 것 같다.

 

쇼핑몰에서 같이 저녁을 간단하게 해결했는데, 흔한 프렌차이즈 음식점에서 쾨프테라는 음식을 먹었다.

사진은 별 맛이 없어서 안 찍었다.

쾨프테는 우리나라의 떡갈비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데, 단 맛이 전혀 없어서,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는 10% 부족한 맛이 난다. 소고기 떡갈비에서 달짝지근한 감칠맛을 뺀 맛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한식에 설탕이 많이 들어가나보다.

 

밥을 먹고 부르사 시내 중심가로 나갔다.

 

확실히 이즈미트랑은 비교가 되지 않는 대도시이다.

중심지가 화려하고 사람도 훨씬 많다.

 

이 친구는 신기하게도 터키인인데 시베리안 허스키처럼 눈이 파란색이었다.

만약 터키사람이라고 말 해주지 않았다면, 서유럽 사람인 줄 알았을 것이다.

부모님도 두 분 다 터키사람이라고 하는 걸 보면, 터키사람들의 생김새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부서지는 날이었다. 이렇게 유럽사람처럼 생긴 터키 사람들이 길거리에 상당히 많다.

 

이 친구는 취준생으로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했다.

하지만 취직이 잘 되지 않아서, 아버지가 매일 경찰 준비나 하라고 잔소리를 하신단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치 한국이야기 같다. 여기나 한국이나 취직 못하면 공무원 준비가 대세구나.

 

터키 디저트는 어딜가나 다 고퀄리티다.

이스탄불이 아니라 그런지, 중심가 주차비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주차하기가 너무 편해서 일단 좋다.

저녁은 먹었으니까, 디저트를 먹으러 디저트 카페에 왔다.

마음 같아서는 펍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기침이 점점 심해져서 차가운 것을 마실 수가 없었다 ㅠㅠ

열이나 다른 증상은 없어서 코로나는 아닌 것 같았는데, 혹시 몰라 내가 코로나일수도 있다 이야기하니,

자기는 신경 안 쓴다면서 상관없다고 하더라.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터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를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 서로 콜록거려도 별 관심들이 없다.

만약 한국에서 콜록거렸으면 좀비가 등장한 것 마냥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을 텐데..

일단 증상을 며칠 더 두고 보아야 할 듯 하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피로가 심하고 밤이 오면 기침이 심해진다.

몸에 더 무리가 가기전에 호텔에 들어가서 쉬어야 할 것 같아서, 친구를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괜찮아 보이는 로컬 호텔을 찾아 들어갔다.

 

지저분해서 죄송합니다

찾은 호텔은 하루에 3만 원 정도하는 로컬 호텔이었다.

주차는 그냥 호텔 앞 길거리에 하라고 했는데, 길거리에 빈공간이 많아 충분히 주차할만 했다.

시설은 가격대비 방도 넓고 깔끔하고 좋았다.

다만, 밤 중에 옆 방에서 여성분이 레고를 밟으셨는지? 아파하시는 신음소리 때문에 중간에 깬 것 빼고는 말이다..

방음은 좀 안 좋은 것 같다.

여기서도 조식은 패스하고 어제 만난 친구랑 무다냐라는 바닷가 마을을 가서 카흐발트를 먹기로 했다.

무다냐는 부르사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 마을인데, 인천 시내에서 을왕리가는 느낌이랑 비슷하다.

 

역시나 이 날도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날씨가 우중충 했다.

 

주문한 카흐발트가 나왔다.

이전에 먹었던 카흐발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나 다양한 종류의 치즈와 올리브는 빠지지 않는다.

이 쯤 되니까 나도 터키 음식에 적응이 되어서 맛있게 잘 먹었다.

터키 음식이 느끼하게 느껴진다면 뜨거운 홍차를 같이 마셔보자.

뜨거운물로 설거지 하듯이, 홍차가 입안의 기름을 쫘악 쓸어 내려주기 때문에 느끼함이 훨씬 덜하다.

 

밥 먹는데 밖을 바라보니, 코 앞에 있는 마르마라해에서 돌고래들이 뛰어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광경인데, 여기에서는 일상인 듯 하다.

돌고래는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듣기로는 돌고래들이 흑해에서 에게해나 지중해로 왔다 갔다 한다고 하는데, 터키는 정말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아침을 먹고 무다냐 마을을 돌아다녔다.

곳곳에 낚시꾼들이 많아서 물을 들여다 보니, 물 속에 작은 물고기들이 정말 많았다.

낚시꾼들은 멸치처럼 작은 물고기들을 낚아서 그 물고기를 다시 미끼로 큰 물고기를 노린다고 한다.

물고기는 잡으면 회로 먹어야 제 맛인데 여기 사람들은 대체 어떤 식으로 먹을까?

 

주민분들께 죄송하지만 주택가에 잠시 불법주차를 하고 주변을 구경다녔다.

마을 주택가가 을왕리랑 비교하면 미안할 정도로 너무 이쁘게 만들어져 있다.

마을 골목길의 끝이 바로 바닷가와 연결되어 있어서 마치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마을처럼 생겼다.

 

마을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아서 30분 정도면 다 구경할 수 있다.

무다냐 구경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부르사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부르사 중심지에도 이스탄불 처럼 트램이 다닌다.

쇼핑을 할 수 있는 바자르도 있는데, 관광객이 적기 때문에 호객하는 사람들도 없고 확실히 이스탄불의 바자르보다는 물가가 로컬 물가에 가깝다.

 

처음으로 들른 곳은 울루자미라는 부르사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다.

 

크기가 정말 어마어마 했다. 바닥은 모두 깨끗한 카펫으로 되어있는데, 대체 어떻게 청소를 하는지 신기할 따름.

분위기는 내가 생각하던 엄숙함과는 많이 달랐다.

엄숙하게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모스크를 휴식공간으로 생각하고 모여서 이야기를 하거나,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도 많았다.

마을회관처럼 사람들이 모여서 휴식도 취하고, 기도도 드리는 공용 커뮤니티 시설같은 느낌 같았다.

하긴, 이 아름답고 큰 공간을 오로지 기도하는 장소로만 쓴다면 너무 큰 낭비겠지..?

 

모스크를 구경하고서는 차를 마시러 나왔다. 왼쪽 사진의 감옥처럼 생긴 건물이 던전의 입구인데, 들어가면 복도에 상점이 쭉 들어서있고, 1층으로 내려가면 차이를 마시는 정원같은 공간이 우측처럼 나온다.

파라솔에 앉아있으면 차이를 파는 사람들이 와서 주문을 받아 간다.

확실히 터키사람들의 피에는 홍차가 흐르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아를 물대신 마시는 것처럼 여기서는 차이를 물 대신 마신다. 하루에 최소 5잔은 마시는 듯 하다.

차이 가격은 5(500원)리라 정도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싸돌아 다니다 보니 슬슬 배도 꺼졌겠다, 드디어 부르사의 명물 이스켄데르 케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이스켄데르는 부르사에 살던 이 케밥을 개발한 요리사의 이름이다.

그러니, 당연히 부르사에 그 사람이 운영하던 식당이 아직도 운영되고 있다.

이스켄데르 케밥집 1호점

원조 이스켄데르 케밥집에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린다.

아마 여기 들어가서 식사하려면 최소 1시간은 줄을 서야 겨우 문턱 구경이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여기로 갈 필요 없다. 1호점 말고 2호점이 근처에 있는데, 어차피 맛 자체는 동일하니 거기로 가면 줄을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먹을 수 있다.

 

이스켄데르 케밥집 2호점

여기가 식당자체가 훨씬 넓어서 그런지 웨이팅이 없다.

이스켄데르 케밥 자체는 이전에 게브제 쇼핑몰에서 먹어보아서 어느정도 무슨 맛인지는 알고 있었다.

진짜 이스켄데르 케밥을 먹기 전까지는.

 

진짜 이스켄데르 케밥. 다시 먹고 싶다.

왜 원조 이스켄데르 케밥을 먹어보라는지 알았다.

프렌차이즈 이스켄데르 케밥과 원조 이스켄데르 케밥을 비교하는 것은,

마치 김밥천국의 냉동 갈비탕과 유명한 갈비집에서 먹는 갈비탕을 비교하는 것과 똑같은거다.

맛과 텍스쳐가 아예 다르다.

나는 이제까지 되네르 방식(고기를 꼬챙이에 쌓아서 수직으로 굽는 방식)으로 고기를 구우면 어쩔수 없이 육즙이 날아가 퍽퍽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이스켄데르를 먹어보니 고기를 입에 넣자마자 육즙이 나오고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스테이크 고기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과는 또 다른 부드러움이다.

같이 주는 요구르트도 인스턴트가 아닌 수제 요구르트로 풍미가 상당하다.

이건 이제까지 한국과 터키를 통틀어 맛 본 터키요리 중에서 제일 맛있는 요리이다.

누가 터키여행을 온다고 하면, 다른건 몰라도 이스켄데르 케밥을 꼭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 내가 못 찾았을 뿐이지 이스탄불에서 비슷한 퀄리티로 파는 이스켄데르 케밥도 있을 것 같다.

한국에 있다면 한국에서도 찾아먹을 법한 맛이다.

가격은 기본사이즈가 70리라(7,000원)로 일반 케밥가격의 두 배 정도이지만, 퀄리티 자체는 두 배 그 이상이라 충분히 먹을만한 가치가 있다.

 

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겸 다시 또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확실히 부르사도 있을 거 다 있으면서, 분위기 자체가 은은하게 아름다운 도시이다.

이스탄불이 너무 화려하고 볼 게 많아서 뭐부터 봐야할지 정신없는 느낌이라면, 부르사는 그것보다 좀 절제되어서 차분한 느낌을 주는 편안한 도시이다.

 

 

저녁은 시내 중심가 쇼핑몰의 양식집에서 먹었다.

 

아무래도 소고기가격이 한국에 비하면 워낙에 저렴하다보니 하루에 꼭 한 번은 스테이크를 먹어줘야 남는 장사다.

이틀 간 열심히 가이드를 해 준 이 친구의 고향은 사실 콘야라는 도시이고, 부르사에 있는 기숙사에서 독립하게 된지는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안 그래도 취업준비하느라 생활이 빠듯할텐데, 맛있는 걸 많이 먹여서 보내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전에 친구가 말하던 내용이랑 비슷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터키의 젊은이들은 이제는 힘들어 하는 단계를 지나 절망, 포기단계라고 한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인맥이 없으면 취직이 어렵고, 어렵게 취직에 성공해도 회사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기가 어렵다고 한다.

의대를 나와 의사가 되어도 월급이 미화 천 불 수준이라고 하니, 일반 직장인들의 생활은 얼마나 빠듯할지 상상도 안 간다. 물가가 그만큼 저렴한 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다들 터키를 탈출하고 싶어한다.

특히, 요새는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자신도 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되지 않아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만 들어도 숨이 턱턱 막혀오는데, 괜한 위로를 한답시고 입에발린말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많이 충격적인 현실이었다.

 

사실 나도 터키경제가 정말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이스탄불에 가보면 독일제 외제차가 서울만큼이나 많다.

그런데 터키에서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을 구입하려는 경우, 국내 가격의 최소 2배 혹은 많게는 3배까지 주어야 구입이 가능하다.

즉, 우리나라에서 5천 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가 터키에서는 1억을 넘게 주어야 구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포르쉐 카이엔 같은 경우는 가격이 7억 가량이라고 하는데,

터키의 평균소득이 한국의 6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하면, 정말 미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런 높은가격은, 터키의 세금 때문인데, 보통 자국산 자동차브랜드가 없는 나라들은 자국 브랜드가 자생할 수 있도록, 보호정책의 일환으로 수입차에 무지막지한 세금을 때리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동남아도 우리나라보다 차 가격이 배 이상으로 비싸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탄불에는 비싼 외제차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 의아하다.

그 말은, 돈이 많은 부자들은 돈이 정말 썩어나게 많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반면에, 월급을 받는 일반 서민들은 열심히 일해봤자 부자들이 타는 외제차 바퀴 한 짝조차 사기 힘든게 현실인 것이다.

이런 현실이 한국인인 나에게는 사실 잘 와닿지는 않았다.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실 외제차를 저축하려고 안 사는 것이지, 못 사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동남아처럼 겉으로 보았을 때 인프라와 도시 전체의 모습이 좀 낙후되어 있기라도하면 어느정도 실상이 위화감없이 와닿기라도 하겠는데,

터키는 겉으로 보았을 때 인프라가 유럽처럼 정돈된 느낌이나고, 도시도 시각적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풍겨서, 실제 사람들이 사는 생활수준이 과연 진짜일까? 하고 들으면서도 믿겨지지 않았다.

 

여행을 하면 할 수록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절대 살기 나쁜 나라가 아님을 피부로 느낀다.

세상에는 사다리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터키도 그 중 하나인 것 같다.

사다리가 있느니 없느니 싸우는 나라는 아직 충분히 살만한 나라다.

 

주차문제로 호텔에 차를 박아두고 식당에 왔기 때문에, 이 친구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택시를 타고 가도록 몰래 100리라를 친구 주머니에 넣어 뒀다.

그러자, 멀리서부터 무서울 정도로 정색을 하고 쫓아온다.

자기는 지하철을 타고 갈 거라고, 돈을 주면 땅에 버릴 거라고 협박을 한다.

나 같았으면 그냥 어쩔수 없는 척 하고 타고 갔을텐데. 내가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소박하고 착한 친구들이 나랏님들 때문에 고생하는 걸 직접 보니, 조금이라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미천한 내가 걱정할 입장은 아니지만, 터키상황이 하루 빨리 나아지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바란다.

다음에 터키에 왔을 때는 친구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 졌기를 바라면서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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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가 되니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창밖을 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어제 만났던 터키인 친구와 다시 만나 카흐발트라는 터키식 아침을 먹으러 나가야 하기 때문에 피같은 호텔조식을 패스하고 나왔다.

차로 2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산장처럼 생긴 계곡 속 유원지였다.

 

강원도 홍천의 계곡과 유럽의 고풍스런 느낌을 합치면 이런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다.

아쉽게도 비가내려 야외에는 앉지 못하고 산장처럼 생긴 실내에 앉아서 카흐발트를 주문했다.

 

카흐발트를 주문하자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빵을 제공해 주는데, 빵은 무한리필 공기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오는 모든 음식들을 빵에 찍어먹거나 빵위에 올려먹는 식으로 먹으면 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정말 터키사람들의 치즈, 올리브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절인 올리브로 모자라 그위에 올리브유를 또 다시 뿌려서 먹고,

올리브유에 치즈를 녹여서 먹기도 하고, 아주 치즈와 올리브로 뽕을 뽑는 것 같다.

치즈들은 한국에서 맛 보지 못했던 진한 맛이 나는 걸로 보아 정말 고퀄인 듯 싶다.

사실 나는 지독한 빵알못(소시지빵, 피자빵만 먹음)에 치알못(네모난 앙팡치즈랑 모짜렐라밖에 모름)이라 치즈 맛을 잘 모른다.

빵과 치즈를 좋아하시는 빵순이, 빵돌이 분들은 꼭 터키로 오세요.

나는 짭짤하고 시큼한 그린올리브를 좋아했는데, 그린올리브는 느끼한 터키음식을 중화시켜주는 김치같은 반찬이다.

그리고 음식들이 전체적으로 조금 느끼하다보니 뜨거운 홍차와 정말 잘 맞는다.

마치 설거지 하듯 뜨거운 홍차가 입안과 목구멍의 기름기를 씻겨주기 때문인걸까..

 

이 것은 추가로 주문한 메네멘이라는 음식이다. 같이 온 터키 친구는 자꾸 멜레멘이라고 하길래, 뭐지 했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까 멜레멘은 메네멘의 사투리라고 하더라. 하마터먼 나도 촌티나는 이름으로 외울뻔했다.

 

메네멘은 토마토 베이스로 계란과 여러 채소를 넣고 짜글이 마냥 끓인 음식인데 빵을 찍어 먹거나 빵에 올려서 먹는다. 전혀 느끼하지 않아, 한국인 입맛에 정말 잘 맞는다.

치즈랑 꿀, 버터가 느끼해지면 메네멘을 시켜서 같이 먹어보자. 솔직히 밥을 비벼먹어도 괜춘할 정도로 동양적인 맛이 난다.

 

밥을 먹는데 누가자꾸 창문을 두드리길래 보니까 고영희님이시다.

여기 고양이들은 자기주장이 아주 확실하다. 밥을 먹고 있는데 누가 식탁 밑에서 당신의 바지를 내리려고 한다면 그건 99% 고양이다.

 

빵을 주니까 먹지 않는다. 아마 다이어트 중이라 탄수화물을 먹지 않으시는 듯 하다.

고기나 치즈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고영희님한테 공물을 바칠때는 메뉴를 잘 살펴서 주도록 하자.

 

가격은 둘이 합쳐 150리라(15,000원) 정도 나온 것 같다.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지만, 터키 서민 입장에서는 사실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걸 알고있다보니, 터키인 친구가 자기가 사려고 하던 것을 뜯어말리고 내가 사는게 훨씬 마음이 편했다.

터키에서도 공무원은 한국에서처럼 좋은 직장이다.

그럼에도 선생님의 월급이 우리 돈 60~7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고 단순 노동자의 월급은 이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

이 마저도 리라가치가 폭락하는 바람에, 환율을 계산해보면 더 떨어졌다고 한다.

리라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폭락해서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그만큼 오르지 않으니, 터키인들의 구매력이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정도면 단순히 월급만 비교하자면 태국 서민들과 비슷한 금액을 받는다고 보아도 될 정도다.

물론, 잘사는 부유층은 엄청 잘 살아서, 중산층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빈부격차가 어마어마 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친구도 하루 빨리 터키를 떠나서 한국에서 일을 하고싶다고 한다.

하지만, 리라가치 폭락으로 여행경비 마련이 어렵고, 코시국에 터키인이 한국에 관광비자조차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터키 서민들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일지 공감하기 조차 어려웠다.

하루빨리 이 빌어먹을 코로나 시국과 터키의 경제사정이 나아지기를 바래본다.

 

초록색 가루는 잘게 갈린 피스타치오다.

터키 디저트는 터키 음식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유명하기 때문에 맛을 보기 위해 시내로 돌아와서 디저트 카페로 향했다.

디저트 가게에 들어오자 친구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이 친구는 밥보다 과자와 디저트를 좋아하는 궁극의 빵순이였다. 아마 어렸을 때부터 과자 먹지말고 밥 먹으라고 엄마한테 야단을 많이 맞았을 것 같다.

 

나는 터키커피와 바클라바를 주문했고 이 친구는 차이와 이름모를 빵같이 생긴 디저트를 주문했다.

사실 나는 터키 아이스크림인 돈두르마를 주문하려고 했지만, 터키에서는 관광객이 많은 대도시들을 제외하면, 겨울에 아이스크림을 거의 팔지 않는단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아프게 된다는 속설이 있고, 이를 많은 터키인들이 믿고 있어서, 겨울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별로 없다고 한다.

 

바클라바는 수 십겹의 패스츄리?로 되어있는데, 씹으면 그 사이사이에서 설탕물이 넘쳐나온다.

바클라바가 달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달 줄은 몰랐다.

맛있긴 한데, 목이 칼칼할 정도로 달아서,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당뇨병 걸리는 느낌이 난다.

 

친구가 시킨 빵모양 디저트는 식감이 특이했다. 마치 질긴 가죽을 입은 초코 홈런볼을 먹는 느낌이다.

씹으면 가죽 소파처럼 겉 껍질이 푹 꺼지면서, 안에있는 달달한 앙꼬가 입 안을 채운다.

 

전체적으로 터키의 디저트는 맛이 풍부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으로는 지나치게 단 편이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음식은 한국음식보다 단 맛이 없다.

터키의 수프라던가, 우리나라의 떡갈비 비슷한 쾨프테 등을 먹어보면, 우리나라였다면 감칠맛을 위해 살짝 달달하게 만들었을 법한데, 오히려 전혀 단 맛이 없고 짠 맛이 강하다.

거기서 아낀 설탕을 전부 디저트에 쏟아부은 느낌이다.

 

마치 한국인 입맛에서는 달아야 할 건 안 달고(음식) 덜 달아야 할 건 매우 단(디저트) 느낌이 든다.

하지만 세계 3대 요리에 들어가는 음식이 터키 음식이니, 객관적으로 보면 터키 음식이 좀 더 전세계 인의 입맛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겠다..ㅎㅎ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이즈미르를 가는 경로에 부르사라는 대도시가 있다. 지나가는 김에 부르사에 살고 있는 다른 친구를 만나고, 진짜 원조 집에서 오리지널 이스켄데르 케밥을 맛보기 위해 부르사를 들르기로 했다.

 

이 날도 날씨가 흐려서 좋은 경치를 볼 수는 없었지만, 터키의 도로 인프라는 우리나라만큼이나 잘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스탄불을 벗어나면 도로가 매우 한산하기 때문에, 과속카메라와 졸음운전만 조심하면 딱히 운전하는데에 어려움이 없다. 그냥 제한속도인 120km/h 에 크루즈를 걸어놓고 무지성으로 달리면 된다.

 

가다가 들른 휴게소

터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수 십키로 구간 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다.

화장실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편의점, 식당, 카페, 주유소 등등이 자리하고 있어서, 떡볶이랑 알감자가 없는 것만 빼면 우리나라랑 거의 똑같아서 위화감이 없다.

 

그리고 스타벅스는 거의 모든 휴게소에 있는 것 같았다.

스타벅스 매장의 구조와 분위기는 한국과 100% 똑같다.

양질의 커피로 피곤함을 달래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자동차에도 에너지를 충전하는 중이다.

터키의 휘발유가격은 한국보다 저렴하다. 내가 주유할 때는 리터당 12리라(12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주유하고 결제하는 방식이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주유하고 주유원이 그 자리에서 결제를 해 주지만, 여기에서는 주유원에게 주유증을 받거나 내가 주유한 주유기의 번호를 기억한 뒤,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에 가서 따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편의점에서 기름값을 내고 나면, 결제확인증을 주는데, 이걸 다시 차로 돌아와서 주유원에게 주면 끝난다.

그리고 그 동안에 주유원이 걸레로 자동차의 앞 뒤 유리창을 닦아주는데, 처음에는 난 이게 팁을 달라는 건 줄 알고 팁을 줬었다. 어쩐지 일하시던 분이 방글방글 웃으시면서 고마워 하시더라.

알고보니, 어느 주유소를 가나 걸레로 유리창 닦아주는 건 기본 서비스였다.

터키가 땅 덩이가 넓고 차가 별로 없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고속으로 몇 시간이고 계속 달리게 된다.

그럼 날벌레들이 앞 유리창에 스커지마냥 박아대서 시체들이 시야를 방해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주유소에서 서비스로 앞 유리창을 닦아 주는 것 같다. 매우매우 유용한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차 잃어버릴까봐 위치 찍는 건 국룰이다.

드디어 도착한 부르사.

역시 주차가 편하기 때문에 쇼핑몰에서 부르사에 사는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날부터 인후통과 기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미크론과 증상이 비슷했는데 과연 코로나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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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먼 나라로 여행을 와서 그런지 시차적응이 쉽지 않다.

 

동남아정도야 기껏해야 한국에서 2시간 정도밖에 차이가 안나니 별 상관이 없는데, 터키는 한국보다 6시간이나 느리기 때문에, 아무리 잠을 자려고 해도 새벽 3~4시에 눈이 떠져 버린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아침 새벽에 산책이나 할 겸 호스텔을 나왔다.

호스텔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바다(금각만)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한강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는데 이스탄불은 바다가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다.

터키에는 고양이가 정말 많다. 그리고 여기 고양이들은 다들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도망가지 않는다.

아마, 고양이들을 해치거나 내쫓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아침새벽 운동을 하는 터키 아줌마

이렇게 터키사람들은 고양이들이 겨울에 추울까봐 스티로폼으로 집을 마련해주기도 하는데, 사실 이스탄불의 겨울은 서울에 비하면 그닥 춥지가 않다.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으며, 따뜻한 날에는 온도가 14도 까지도 올라간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고양이들은 영하 15도 날씨에 꽁꽁 언 총각무를 씹어먹으며 맨몸으로 버티는데, 고양이도 어디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서 묘생?이 달라지는 것 같다.

 

아침을 좀 먹으려고 아무리 두리번 거려도 문을 연 케밥집이 없다.

원체 한국에서도 아침을 잘 챙겨 먹는 편이라, 아침에도 고기를 먹고 싶었는데, 아침에는 모든 가게가 간단한 수프만 팔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수프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수프이름은 모르겠다.

토마토랑 라임, 콩 등이 들어간 수프였는데, 맛은 그냥 텁텁하고 시큼한 맛이었다.

역시나 빵은 꽁짜로 제공해 준다. 빵은 그냥 무맛.

가격은 8리라 (800 원) 정도 였다. 맛은 모르겠지만 가격은 미친듯이 싸다.

대충 아침을 때우고 도심지로 나갔다.

 

이스탄불에도 우리나라처럼 도로의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지하통로의 역할과 쇼핑몰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지하상가들이 있다.

사실 뭐 이런게 색다를 건 없는데,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터키는 흡연에 대해 엄청나게 관대하다는 것이다.

남녀할 것 없이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피는데, 특별히 금연구역이라고 써있지 않으면 모든 곳이 흡연구역이다.

지하상가에서도 담배피는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 버스기사와 택시기사도 차 안에서 담배를 핀다.

유모차를 끌고다니는 아주머니도 쿨하게 길빵을 하는데, 아마 이런 상남자, 상여자 기세에 눌려 코로나가 쉽게 덤비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지나갔던 이 지하상가에서는 2000년 초반의 한국 PC방 냄새가 났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스타하러가면 맡을 수 있었던 매우 친숙한 냄새다.

 

점심은 길거리에 있는 로컬 되네르 케밥집에 들어가서 해결했다.

여기서 내 무지함 때문에 웃긴 일이 있었는데, 나는 사실 되네르 케밥이 케밥이름인 줄 알았다.

직원이 영어를 거의 못 했고 나도 터키어를 못 했기 때문에, 무엇을 먹을거냐는 직원에 질문에 그냥 되네르케밥을 달라고 계속 말했는데, 사실 되네르는 그냥 고기를 꼬챙이에 꽂아서 수직으로 세워 굽는 방법자체를 의미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식당은 모든 고기를 되네르방식으로 구우니까, 사실 대부분의 메뉴가 되네르케밥이었던 것이다.

직원이 자꾸 무슨 동물을 먹을거냐고 물어보길래, 소랑 닭을 달라고 했고, 어찌저찌 음식을 받아서 잘 먹긴 했다. 가격이 저렴한 로컬 식당이라 그런지, 뭐 특별하게 맛있지는 않았다. 소고기도 좀 퍽퍽한 편이었고.

같이 마신 음료 중,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것은 아이란이라고 하는 터키 요구르트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플레인요구르트에 살짝 소금을 친 맛인데 터키사람들은 밥 먹을 때 같이 먹는다.

나한테는 신기하게도 잘 맞았다. 고기의 느끼함과 잡내를 짭잘한 요구르트가 잘 중화해 주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점심을 먹고서는 이스탄불에 있는 어느 쇼핑몰로 갔다.

쇼핑몰에 간 이유는 별 것 없다. 주차가 쉽고 주차비가 무료라서 갔다.

여기도 스타벅스는 굉장히 흔하게 있는데, 가격이 한국이랑 비교하면 미친듯이 싸다.

Caffe Americano 가 우리가 먹는 아메리카노인데, 톨 사이즈가 13리라(1300원), 가장 큰 벤티사이즈가 17리라(1700원)이다.

리라가치가 잡코인처럼 급변하다 보니 가격표는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옆테이블 터키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사기꾼인줄 알고 경계했는데, 알고보니 경찰이었다. 근무가 끝나고 친구랑 쉬러 왔다고, 갑자기 차를 한잔 나에게 사준다. 이름은 메르트 였는데, 굉장히 사교성있는 젠틀한 친구였다. 나중에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일정 상 만나지 못 한게 아쉽다.

그 친구가 사준 차는 차이라고 하는 홍차이다(두번째 사진). 터키에서는 사람들이 차이를 물 마시듯이 마신다.

밥 먹기 전에도 마시고, 밥 먹으면서도 마시고, 밥 먹고 나서도 마시고, 밥 없어도 마시고 담배피면서도 마시고, 그냥 생활의 일부다.

가운데가 홀쭉한 유리잔에 담아서 마시는데, 그렇게 마시면 윗부분은 빨리 식어서 쉽게 마실 수 있고, 밑 부분은 잘 안식어서 뜨거움이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맛은 우리가 한국에서 먹는 얼그레이티나 홍차(블랙티)와 거의 똑같은데, 여기 사람들은 설탕을 넣어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 여기 사람들은 디저트와 커피, 차에 설탕 넣는 것을 무지 좋아하는 것 같다.

 

길거리에 있던 이름모를 모스크.

터키에는 이런 모스크가 셀 수 없이 많다. 모든 모스크들에 확성기가 달려있어서, 하루에 5번, 아잔이라는 무슬림 기도송?이 나오는데, 노래가 나올 때면 비로소 무슬림 국가에 있다는 것이 실감된다.

그런데 세속주의라 그런지, 노래가 나온다고 해서 하던걸 멈추고 기도를 한다던가, 상점이 문을 닫는다던가 그런건 일절 없다. 그냥 대부분의 터키사람들도 나처럼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저녁에는 숙소를 베욜루(탁심근처)에서 아시안사이드인 카디쾨이로 옮겼다.

숙소는 otopark에 차를 주차한 뒤 근처의 로컬호텔로 그냥 직접 걸어 들어가는 식으로 해서 구했는데, 250리라(2만 5천원)에 조식까지 모두 포함이다. 방 자체는 하루 지내기에 크게 나쁘진 않았다.

확실히 유럽사이드에서 아시아사이드로 넘어오니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

아시아사이드가 좀 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동네인 것 같다.

음식은 괜찮았다. 터키사람들은 아침에 주로 다양한 종류의 치즈와 올리브, 햄, 빵 등을 먹는 것 같다.

솔직히 빵순이 빵돌이들한테는 행복한 밥상이겠지만, 나는 육식주의자라 사실 손이 많이 가지는 않았다.

두부인줄알고 크게 베어먹은 것도 먹고 보니 치즈라서 짜서 죽는 줄 알았다.

터키도 유럽만큼이나 치즈 소비량이 엄청나다. 어딜가나 치즈는 빠지질 않고 어느 음식에나 치즈가 들어간다.

 

여기서도 아침식사 후 차이를 마셨는데, 차이를 에스프레소로 마셨다..?

터키에서는 차이를 우리는 전용 주전자가 있다. 2단으로 되어있는 주전자가 그 것인데, 1단에는 2단을 가열하는 뜨거운 물이 들어있고, 2단에 물과 찻잎이 들어가서 2단에서 홍차가 매우매우 진하게 우려진다.

차를 마실 때에는, 2단 주전자에 있는 홍차엑기스를 적당히 붓고 1단에 있는 뜨거운 물로 희석해서 마시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 당시 내가 그런 걸 알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2단 주전자에 있는 엑기스만 따라서 마셨었다.

엑기스만 마시면 너무 진해서 떫은 맛이 난다.

아~ 터키사람들은 진한 걸 좋아하는 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식사 후, 아침일찍 산책도 할 겸 카디쾨이 선착장 부근으로 나가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너무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다.

이스탄불에서는 금각만과 보스포러스 해협이 이스탄불 중심을 3분할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페리들이 아시안사이드와 유럽사이드를 이으며, 대중교통의 역할을 한다. 배 이외에는 아시아사이드에서 유럽사이드로 넘어가는 방법이 유라시아 해저터널 혹은 보스포러스 대교를 거치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어서 교통체증이 심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페리를 이용해서 이동한다.

 

점심 쯤엔 유럽사이드에 있는 갈라타포르트라는 최근에 지어진 관광지로 갔다.

계속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우중중한 날씨라 좀 아쉬웠지만, 갈라타포르트 자체는 굉장히 이쁜 곳이었다. 부둣가를 따라 줄지어 있는 스테이크집들이 많은데, 한국인 입장에서는 가격이 그닥 비싸지 않으니, 여기서 식사를 해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 그 유명한 솔트배의 분점도 여기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여기서 이것 저것 먹고 싶었지만, 생체리듬이 깨져서 그런지, 그닥 배고픔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카페에 들러서 앞으로 이동할 경로를 계획한 뒤, 저녁을 근사하게 먹기로 했다.

식당 사진을 안 찍어서 퍼옴

저녁은 현지인의 추천으로 Ghalia Lounge 라는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트립어드바이저랑 구글에서 검색해 봤을 때도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이었는데, 도착해 보니 발렛파킹도 해주고, 웬만한 호텔식당 뺨치는 분위기가 나서 사실 좀 쫄았다.

바로 앞에 보스포러스 대교와 해협도 보이는 뷰에다가 인테리어도 궁전마냥 고급스러워서 한국이라고 치면, 인당 8만 원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메뉴판을 펼치자 마자 안심했다. 가장 비싼 메인 메뉴들이 120리라~190리라 사이다.

즉, 우리 돈 12,000원 에서 19,000원 사이라는 것이다. 현지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리라가치가 폭락하면서 우리나라 사람한테는 터키 물가가 너무나도 저렴하게만 느껴진다.

ㅇㅇ 이건 내가 찍음

주문한 램스테이크다. 첫 날 탁심광장에서 먹은 램스테이크와는 사이즈와 퀄리티부터 차원이 다른데, 가격은 170리라(17,000원)로 더 저렴하다.

아마 이 정도 퀄리티의 램스테이크를 한국에서 시키면 못해도 4~5만 원은 하지 않을까 싶다.

터키 리라가치의 폭락으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 지면서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터키는 비옥한 땅(과일을 땅에 쑤셔 박기만 해도 잘 자란다고 한다.) 덕분에 식량자원이 매우 풍족한 나라라서, 고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음식이 자급자족되는 나라이다.

그러다보니, 수입품 가격이 미친듯이 오를 때, 음식가격은 그나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인건비마저 너무 저렴하다 보니 (단순 노동자들의 월급이 우리 돈 약 40만 원 대이다.),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는 리라가치가 폭락할 때 터키에서 최대한 많이 먹는게 남는 것이다!

 

맛은 잡내 하나없이, 육즙이 베어나오면서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었는데, 거리만 가깝다면 맨날 가서 먹고싶은 맛이었다. 만 칠 천원이면, 요새는 우리나라에서 치킨 하나 시켜먹기도 아슬아슬한 가격인데.. 여기선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후식은 스타벅스에서 터키커피를 마셨다. 터키 스타벅스에서는 기존 메뉴 뿐만아니라 터키의 전통커피또한 주문할 수 있다. 터키커피를 주문하면 조그마한 물 한잔과 터키커피, 씁쓸함을 달랠 터키의 전통 디저트인 로쿰 1개를 준다.

 

터키식 커피는 꽤 진한 편인데, 평상 시에 아메리카노에 투 샷 이상 넣어서 먹는 사람들한테는 아주 잘 맞을 정도의 진함이다. 그런데 사실 진한 정도보다 더 차이나는 것이 있다.

터키 커피는 커피가루를 필터로 거르지 않고 그냥 통째로 물에 넣어서 끓여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커피를 받고나서 가루가 밑에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마셔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조금 남은 커피를 마시려고 하면, 커피가루까지 입에 다 들어가서 백사장 모래를 먹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입을 헹구라고 조그마한 물 한잔을 같이 주는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목이 말라서 먼저 물을 마셔버리는 바람에 마지막에 휴지로 혓바닥을 닦았다.

맛과 향은 진하고 좋지만 가루처리가 조금 까다로운게 터키커피의 특징이다.

 

다음 날에는 이스탄불을 떠나 게브제라는 작은 도시로 향했다.

이스탄불의 겨울은 날씨가 흐리다.

 게브제는 부르사라는 도시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게브제를 지나는 김에, 여기에 사는 터키인 친구를 쇼핑몰에서 만나기로 했다.

 

터키인 친구는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언어교환어플을 통해 만난 친구인데, 게브제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수학선생님이다.

그 친구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면서, 식당가 카페에서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는 찰나, 학생처럼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와서 한국말 인사로 말을 걸었다.

 

무언가 했더니, 한국 사람을 좋아한다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얼떨결에 사진을 같이 찍었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웃긴 일이다. 나는 연예인도 아니고 평범한 여행객일 뿐인데.

확실히 이 동네에 동양인이 없어서 그런지 내가 신기하게 생겼나 보다.

 

퇴근한 터키인 친구를 쇼핑몰에서 만나고 식당가에서 밥을 먹었다.

들어간 식당은 이스켄데르 케밥을 파는 흔한 프렌차이즈 식당이었다.

이스켄데르 케밥은 부르사라는 도시에서 발명된 요리로, 소고기 케밥에 끓인 버터를 뿌려 고기 밑에 깔린 빵과 같이 먹는 음식으로 터키에서 아주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이다.

왼쪽의 하얀색은 요거트인데, 버터와 고기에서 나오는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친구가 말하기를 여기는 그냥 프렌차이즈라 그런지, 요거트도 시중에 파는 인스턴트 요거트를 사용하고 케밥 맛 자체도 쏘쏘라고 한다. 나는 아직 오리지널 케밥을 먹어보지 못 해서 그런지, 그냥 맛있게 먹었다.

어차피 부르사로 향하고 있으니, 도착하면 진짜 오리지널 이스켄데르 케밥을 먹어볼 예정이다.

 

배를 채우고, 친구의 고향인 이즈미트라는 도시로 향했다.

이 친구는 주말마다 직장생활을 하는 게브제에서 부모님이 사는 이즈미트로 왔다 갔다 한다고 한다.

내가 게브제를 지나는 김에, 나를 부모님 집으로 가는 셔틀로 사용할 겸, 이즈미트 가이드를 해 주기로 했다.

마르마라 해가 보이는 이즈미트의 전경과 터키 음료인 살렙

도착한 이즈미트는 이스탄불에서 약 100km 가량 떨어져 있다.

이즈미트도 뭐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거나, 규모가 큰 도시는 아니라서, 관광객이 많이 오는 지역은 아니다.

저녁에 간단히 디저트를 먹고 헤어지고,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서 그 유명한 카흐발트를 (터키식 아침식사)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참고로 이 날은 202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이었다.

이스탄불에 있었더라면, 술도 마시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광란의 밤?을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이즈미트는 길거리에 펍도 안 보이고, 저녁이 되니까 가게들도 다 문을 닫았다.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보내는 분위기였다.

 

어떻게 보면 도시 분위기 자체가 순박해 보일 수 있는데,

솔직히 먹고 마시는데에 워낙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좀 아쉬웠지만, 뭐 어쩔수 없이 나도 조용히 기어들어갈 호텔을 알아봤다.

대충 구글에서 Otel을 검색해서 돌아다녔는데, 2021년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찾아간 호텔마다 풀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즈미트라는 도시가 관광도시가 아니다 보니 찾아 볼 호텔도 별로 없다.

보아하니, 로컬 커플들이 모든 방을 다 차지한 것 같았다.

호텔 3군데를 돌면서 거절을 당하다 보니, 점점 새해를 차에서 맞이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 비즈니스호텔을 발견해서 밤 10시가 다 되어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지배인이 연말이라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미안하다는 듯이 350리라(3만 5천원)를 제시했다.

비싸긴 커녕 기분좋은 마음으로 체크인을 했는데, 비즈니스호텔이라 그런지 모든 시설이 깔끔하고, 깨끗하다.

 

오늘이 2021년의 마지막날만 아니었다면 괜찮았을텐데, 타지에서 쓸쓸하게 새해를 맞게되니까 기분이 좀 묘하다. 그래도 차에서 노숙하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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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있는 회사의 배려로 작년 말에 약 2주 간의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어디로 여행을 갈까 고민하다가 터키를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터키로 정한 가장 큰 이유는 터키의 화폐인 리라의 가치가 대폭락(차라리 비트코인이 리라보다 안전한 수준)을 하면서, 지금이 역사상 터키여행의 최적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유튜브로 물가를 검색해 보아도 모든 가격이 동남아보다 저렴한 것으로 보여서, 딱 지금이 우리에게는 돈 치트키를 치고 돌아다니는 느낌이 날 것 같았다.

코시국에 외국인 자가격리도 따로 없고, 볼 것 먹을 것 많은 것으로 유명한 나라가 터키이기에, 바로 이스탄불행 티켓을 구입했다.

 

티켓은 에미레이트 항공 공홈에서 구입했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세금, 유류세 다 포함해서 두바이 환승 왕복 63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

그리고 티켓 구입하면서 알았는데, 생각보다 터키가 멀더라.

TV 뉴스에서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모래바람 속 바주카를 쏘는 모습의 배경으로 주로 등장하는 아프간과 이라크같은 무시무시한 나라들보다 훨씬 더 먼 나라였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터키는 형제의 나라라고 친숙해져서 그런지? 터키를 은연중에 그닥 멀지 않은 나라라고 생각했나 보다. 직항으로는 11시간, 경유로는 인천-두바이 10시간, 두바이-이스탄불 5시간이 걸린다.

 

드디어 출국하는 날이 되었고, 퇴근 후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인천공항 문턱을 밟았던 때가 태국에서 돌아오던 2019년 겨울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시간이 벌써 2년이 넘게 흘러버렸다.

 

확실히 코시국에다가, 귀국 시 자가격리면제도 없어져서 그런지 인천공항이 엄청 썰렁했다. 체크인 대기줄이 거의 없었다.

터키는 PCR 음성결과서 혹은 백신접종증명서 둘 중 하나를 소지하고 있다면 입국 시 격리가 아예 없다.

난 한국에서 2차 접종까지 끝낸 터라, 에미레이트 카운터에서 체크인 할 때 HES 코드 발급증명서와, 백신접종증명서만 보여줬다.

에미레이트 항공 또한 PCR 음성결과서를 요구하지 않는 항공사이기 때문에, PCR은 필요없었다.

 

참고로 코시국에는 탑승권 발급을 키오스크에서 할 수 없고, 무조건 체크인 하는 카운터에서만 발급할 수 있다. 입국 조건이 되는지 탑승권 발급 전 일일이 체크하기 때문인 것 같다. 코로나 관련 터키 입국 조건이나 두바이 환승조건, 에미레이트 탑승 조건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에미레이트에 직접 전화해보는 것이 제일 정확하다.

 

탑승동 터미널은 미친듯이 썰렁했다. 모든 식당가와 카페, 대부분의 면세점이 문을 닫은 상태였고,

너무 썰렁해서 마치 문닫은 백화점에 들어온 느낌이 났다.

이게 진짜 인천공항이라니.. 씁쓸하다..

 

내가 두바이까지 타고 갈 에미레이트의 보잉 777-300 기종이다. 에어버스 A380 이랑 비교하면 크기는 조금 작지만, 사실 내가 앉는 좌석사이즈는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보잉 777 자체도 사실 큰 편이긴 하다.

엔진 한 짝이 제주도가는 비행기의 몸통만 하다.

 

인천발 두바이행은 비행기에 사람이 반도 안 타서, 이코노미인데도 그나마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확실히 에미레이트가 돈이 많은 항공사라 그런지, 장비가 좋다. 대형 모니터에 뭐 여러가지 잡기능이 많다.

그리고 안대와, 귀마개, 칫솔, 양말 등이 들어있는 귀여운 파우치를 나눠주는데, 이상하게 일회용슬리퍼는 안들어있다 (양말이 슬리퍼 대용인가?).

좌석 등짝에는 파워아울렛과 충전용 USB단자가 달려있어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데, 이륙 이전에는 충전용 단자와 콘센트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 날은 날씨가 추워서 그랬는지, 날개에 언 얼음을 녹인다고 1시간 넘게 이륙이 지연됐다. 그래서 밥을 새벽 2시 쯤에 먹은 것 같다. 밥도 아주 잘 나온다. 인천발 혹은 인천행 노선은 김치를 꼭 주는데, 그 맛이 우리집 김치보다 낫다.

이슬람 국가 항공사라 걱정했는데, 술도 다 제공한다. 맥주, 위스키, 보드카 종류별로 다 있다.

역시 비행기에서는 술 한잔 마시고 잠에 들어 텔레포트하는게 짱이다.

 

 

드디어 도착한 두바이 공항

여기서 부턴 그냥 다른세상이다. 마치 코시국 이전의 세상으로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

사람들도 많고, 문 닫은 가게도 없다. 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그런데 두바이공항 물가는 사악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우리나라 돈 8,000원이다. 확실히 기름이 펑펑나는 빠른무한맵에서 사시는 행님들이라서 그런지, 미네랄밖에 없는 맵에 사는 우리로써는 물가가 무시무시하다.

밥은 참았다가 그냥 비행기에서 배급해 주는 걸 먹기로 하자.

하나 좋은 건, 두바이 공항 와이파이는 인천공항처럼 무료에다가 굉장히 빨라서, 한국사이트에 접속하거나, 파일을 업로드, 다운로드 하는데에 전혀 막힘이 없다. 느낌 상으로는 가정집 와이파이 수준으로 빠릿했던 것 같다.

기름냄새가 나는 인프라다.

 

최첨단 장비로 콩순이 컴퓨터를 즐기는 애기들의 모오습

 

두바이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는 에어버스 A380 비행기였다. 확실히 엄청 크다. 그런데 사실 비행기는 커도 내가 앉는 자리 크기는 똑같다.. 얼른 돈 많이 벌어서 2층에 한번 타 보자.

 

이스탄불행 비행기에서는 연어스테이크를 줬다. 중동발이라 그런지 호무스라는 중동음식을 줬는데, 내 입에는 잘 맞았다. 병아리콩을 갈아서 만든다고 하던데, 그냥 먹어도 되고 빵에 발라먹어도 맛있다.

갈린 콩의 텁텁함과 크리미한 부드러움이 섞인 묘한? 텍스쳐에 중동의 향신료맛이 더해진 음식이다.

에미레이트 밥이 나랑 아주 잘 맞는 것 같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에미레이트 비행기에서는 유료긴 하지만, 위성 인터넷을 통한 기내 와이파이가 된다.

원래는 메신저에 한 해 2시간 무료서비스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탔을 때는 무료서비스는 없었다.

어느정도의 업무가 가능한가 궁금해서 16불을 결제하고 무제한 데이터를 신청해서 사용해 봤는데, 진짜 개 느리다. 무제한이라는 말이, 어디 한번 무제한으로 쓸 수 있으면 써봐라? 라는 의미인 듯 하다.

인터넷 웹서핑은 2~3분 기다리면 한 페이지 정도 볼 수 있고, 메신저로 텍스트 메세지 보내는거 이외에는 암 걸려서 아무것도 못하는 속도다.

서비스 설명으로는 지구 밖 34,000km 상공의 위성으로 지상과 통신을 한다고 하는데, 내 메세지를 단돈 16불에 왕복 70,000km 를 왔다리 갔다리? 시켜준다고 생각해보면 비싸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메세지 정도는 잘 되니, 중요한 메세지를 주고 받아야 하거나, 이메일 한 두개 열람하거나 전송해야 하는 경우에는 요긴할 듯 하다.

 

드디어 도착한 이스탄불 공항. 터키항공의 허브공항답게 빨간색의 터키항공 비행기가 주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입국심사는 진짜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심지어 HES 코드증명서를 요청하지도 않는다.

그냥 대한민국 여권과 백신접종증명서만 보여주면 프리패스. 코시국이 맞는지 의아한 수준이다.

 

나는 이스탄불 말고도 다른 도시도 가 보려고, 이스탄불공항에서 입국과 귀국에 맞추어서 2주 간 렌트카를 빌렸다.

렌탈카스닷컴을 통해 Garenta 라는 회사에서 피아트의 에게(Egea) 라는 소형차를 빌렸는데, 이스탄불공항에서는 렌트카를 픽업하기가 너무나도 편리하게 되어있다. 공항 도착층 바로 앞에 렌트카 전용 지하주차장이 있어서 코 앞에서 차량을 픽업하고 운전해서 나갈 수 있다.

가격은 꽤 저렴했다. 2주 간 총 렌트비용은 22만 원 가량이었고, 현장에서 면책금 없는 풀커버 보험을 추가로 드는데에 1000리라 (약 10만 원) 정도를 추가 지불 했다.

근데 좀 어이가 없는게 직원에게 물어보니 기본 보험은 사고 시 최대 보장액이 700리라 (잘 못 쓴거 아님.) 라더라. 700 리라는 원화로 환산하면 7만 원이다.. 뭔 장난감 자동차도 아니고..? 사실 상 보험이 없다고 보는게 맞다. 그래서 풀커버보험을 어쩔 수 없이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들기를 잘 했다.

터키사람들 차 운전문화가 많이 개판이라, 주차된 차를 긁어놓고 말도없이 도망가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그걸 당했다.

차는 21년식에 1만 키로도 안 뛴 새차여서 컨디션이 최고였다. 에어컨도 오토였고, 네비는 안되지만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동되는 멀티미디어 시스템도 장착되어 있었는데, 미션이 수동이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수동을 고른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조금 더 저렴한데다가 재미있어 보여서 수동으로 골랐던 건데.. 하.. 이것 때문에 이스탄불에서 오줌 쌀 뻔했다.. 여러분들은 수동 렌트하지 마세요.. 아니 이스탄불에서 렌트하지마세요. 이스탄불에서 자동차는 쓰레기일 뿐 입니다.. 차라리 자전거를 렌트하는게 낫습니다.

 

 

보다시피 대부분의 여행객이 머무는 이스탄불의 중심지(카드쾨이, 에뮈뇌늬, 베욜루 등)에서는 길거리 주차 각이 아예 안나온다. 애초에 주택가는 차량이 1대 밖에 지나갈 수 없는 폭의 이면도로로 길이 구성되어 있고, 이 조차 인도에는 개구리주차를 할 수 없도록 주차방지 콘크리트 구조물이 인도 가장자리를 따라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이스탄불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고층아파트나 고층호텔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는 그 흔하디 흔한 지하주차장이 대형 쇼핑몰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건축법에도 주차면수를 확보하는 규정이 없거나 대부분의 주택가들이 차량이 많지 않던 오래전에 지어진 것 같았다.

차는 미어터지도록 많고, 주차공간은 없으니, 웬만한 글로벌 프렌차이즈 호텔이 아니면, 터키 로컬 호텔들(터키어로 Otel 이라고 부른다)은 호텔주차장이 없다. 아고다나 호텔스 닷컴에서 주차장이 있다고 표시되어있어도 막상 가보면 없다. 아니, 호텔 리셉션에 주차장 물어보려고 잠깐 정차할 공간조차 없다.

우리나라는 강남 한복판 모텔에도 주차장이 있고, 교통체증의 지옥으로 유명한 방콕의 저렴한 부티크호텔들도 주차장이 딸려있어서 이스탄불도 그려려니 했는데, 내 판단착오였다.

이스탄불 중심지에서의 주차는 서울과도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진짜 이스탄불에서 차 끌고 그 미친듯한 교통체증속에서 호텔 주변을 몇 바퀴 돌다보면 차를 그냥 버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차라리 차량을 otopark(터키말로 주차장)라고 하는 유료주차장에 주차한 이후, 그 주차장에서 가까운 호텔을 찾아서 숙박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심지 호텔이나 주택가에 주차장은 없어도 otopark는 많이 있다. 주차비용은 보통 하루에 3000원 ~ 8000원 사이.

터키 현지인들에게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otopark에 주차차량이 미어터져 관리인이 발렛으로 겹겹이 주차하기에, 한 번 차를 박으면 빼기가 쉽지 않다.

 

운전같은 경우는, 이스탄불에 언덕이 많아서 수동을 타게 되면 출발 시 뒤로 밀리거나, 자칫하면 시동을 꺼먹기 일수다. 이런 경우, 실패할 때마다 점점 뒤로 밀리면서 상대방 차량에 가까워 지기 때문에 기회가 몇 번 없다. 정말 등짝을 식은땀으로 적셔가며 스파르타식으로 수동연습을 하고 싶으면 수동을 추천한다.

언덕진 주택가의 다운힐 이면도로에서는 마주오는 차량과 일기토를 하다가 도저히 오르막 후진이 안 되어서 (3번 이내에 후진을 성공 못하면 앞 차에 박게 된다.) 반대편 차에 타고 있던 터키 아재가 내 차를 빼주기도 했다.

 

나중에는 수동을 어느정도 마스터해서 즐기면서? 운전을 했지만, 이런 경험은 나 하나로 족한 것 같다.

여행에서는 최대한 신경쓸일을 줄이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그냥 렌트할 돈으로 택시나 타자?

 

나는 첫 날과 둘째 날을 탁심 근처 호스텔에서 묵을 예정이었는데, 호스텔 주인이 주차장이 있다고 하였지만 결국 없다는 것을 깨닫고, (걍 골목 빈 공간에 알아서 주차하는 것을 주차장이 있다고 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변 otopark에 주차한 후 호스텔에 짐을 풀고 이스티클랄 거리로 나왔다.

보다시피 여기는 코시국이 아닌 듯했다. 길거리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제한, 방역패스 따위는 없다. 사진에 보이다 시피 야외에서는 마스크 쓴 사람 반, 안 쓴 사람 반이다.

다들 코로나를 개의치 않아하는 분위기다. 보행자보다 자동차 우선인 터키의 운전문화에서 알 수 있듯이, 약하면 도태되고 강한 자만 살아남는 상남자의 나라가 바로 터키인 것이다.

 

이스티클랄 거리를 걷다보면 호객행위가 종종 있다.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거리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명동 포지션), 자연스럽게 각 식당과 펍의 삐끼들이 호객을 많이 하는데, 별로 공격적이지는 않다.

이 식당 저 식당 비교하기 너무 피곤하다 보니, 그냥 속는 셈치고 열심히 일하던 삐끼에게 기분좋게 낚여줬다.

새끼양(램)스테이크를 시켰는데, 가격이 200리라(약 2만 원) 정도 했다.

한국에서는 새끼양고기가 워낙 비싸니까 잘 몰랐는데, 이 가격은 터키 물가치고 굉장히 비싼 바가지 가격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터키에서는 음식을 주문하면 대부분 이런식으로 공짜 빵이 나온다. 맛은 그냥 아무 맛 없는 무맛이다.

램스테이크는 잡내 없이 매우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해서 맥주가 술술 넘어갔다.

간도 딱 알맞게 된 상태로 구워져 있어서 따로 소스를 찍을 필요도 없었다.

 

배도 어느정도 채웠겠다 맥주를 좀 마시려고 주변 거리를 걷다가 터키 아재랑 맥주를 마시게 됐다. 터키는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라 무슬림이더라도 그냥 술을 마신다.

좌측 사진 속 사람들이 모두 터키인들이지만, 모두 라크라는 터키전통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터키아재에게 물어보니, 술 마시는 것 자체는 괜찮고 취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취하려고 마시는데..ㅋㅋ

처음엔 맥주인 Efes를 마셨는데, 터키맥주도 독일 맥주 못지 않을 만큼 진하고 맛있었다.

터키의 전통술인 라크라는 술도 마셨다. 이 술은 포도로 만드는 독한 리큐르인데 본래의 색은 투명하지만, 물에 섞게 되면 막걸리처럼 하얀색이 된다.

특유의 강한 향이 있지만 (포도향은 결코 아니다), 나랑 잘 맞았었다.

이슬람 국가라 술을 제대로 못 만들줄 알았는데.. 만드는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그리고 터키사람들이 생각보다 터키사람들처럼? 안생겼더라.

보통 터키사람 하면, 까무잡잡한 피부에 검은머리와 턱수염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반 정도만 맞는 말이다.

나머지 반은 푸른눈동자에 금발인 터키인들도 있고, 아랍사람 처럼 생긴 사람들도 있고, 스탄나라에서 온 고려인처럼 생긴 사람들도 있다.

처음에는 금발에 푸른눈을 가진 백인들이 독일이나 서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인 줄 알았는데, 다 터키사람이라고 하더라.

여하튼, 볼 것도 많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스탄불의 첫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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