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에서 또 다른 터키인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도 언어교환어플을 통해 알게된 친구다.

최근 한류덕분에 한국과 한국어 공부에 관심있는 터키사람들이 많아서, 외국인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는 것 같다.

 

쇼핑몰에서 같이 저녁을 간단하게 해결했는데, 흔한 프렌차이즈 음식점에서 쾨프테라는 음식을 먹었다.

사진은 별 맛이 없어서 안 찍었다.

쾨프테는 우리나라의 떡갈비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데, 단 맛이 전혀 없어서,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는 10% 부족한 맛이 난다. 소고기 떡갈비에서 달짝지근한 감칠맛을 뺀 맛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한식에 설탕이 많이 들어가나보다.

 

밥을 먹고 부르사 시내 중심가로 나갔다.

 

확실히 이즈미트랑은 비교가 되지 않는 대도시이다.

중심지가 화려하고 사람도 훨씬 많다.

 

이 친구는 신기하게도 터키인인데 시베리안 허스키처럼 눈이 파란색이었다.

만약 터키사람이라고 말 해주지 않았다면, 서유럽 사람인 줄 알았을 것이다.

부모님도 두 분 다 터키사람이라고 하는 걸 보면, 터키사람들의 생김새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부서지는 날이었다. 이렇게 유럽사람처럼 생긴 터키 사람들이 길거리에 상당히 많다.

 

이 친구는 취준생으로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했다.

하지만 취직이 잘 되지 않아서, 아버지가 매일 경찰 준비나 하라고 잔소리를 하신단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치 한국이야기 같다. 여기나 한국이나 취직 못하면 공무원 준비가 대세구나.

 

터키 디저트는 어딜가나 다 고퀄리티다.

이스탄불이 아니라 그런지, 중심가 주차비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주차하기가 너무 편해서 일단 좋다.

저녁은 먹었으니까, 디저트를 먹으러 디저트 카페에 왔다.

마음 같아서는 펍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기침이 점점 심해져서 차가운 것을 마실 수가 없었다 ㅠㅠ

열이나 다른 증상은 없어서 코로나는 아닌 것 같았는데, 혹시 몰라 내가 코로나일수도 있다 이야기하니,

자기는 신경 안 쓴다면서 상관없다고 하더라.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터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를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 서로 콜록거려도 별 관심들이 없다.

만약 한국에서 콜록거렸으면 좀비가 등장한 것 마냥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을 텐데..

일단 증상을 며칠 더 두고 보아야 할 듯 하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피로가 심하고 밤이 오면 기침이 심해진다.

몸에 더 무리가 가기전에 호텔에 들어가서 쉬어야 할 것 같아서, 친구를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괜찮아 보이는 로컬 호텔을 찾아 들어갔다.

 

지저분해서 죄송합니다

찾은 호텔은 하루에 3만 원 정도하는 로컬 호텔이었다.

주차는 그냥 호텔 앞 길거리에 하라고 했는데, 길거리에 빈공간이 많아 충분히 주차할만 했다.

시설은 가격대비 방도 넓고 깔끔하고 좋았다.

다만, 밤 중에 옆 방에서 여성분이 레고를 밟으셨는지? 아파하시는 신음소리 때문에 중간에 깬 것 빼고는 말이다..

방음은 좀 안 좋은 것 같다.

여기서도 조식은 패스하고 어제 만난 친구랑 무다냐라는 바닷가 마을을 가서 카흐발트를 먹기로 했다.

무다냐는 부르사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 마을인데, 인천 시내에서 을왕리가는 느낌이랑 비슷하다.

 

역시나 이 날도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날씨가 우중충 했다.

 

주문한 카흐발트가 나왔다.

이전에 먹었던 카흐발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나 다양한 종류의 치즈와 올리브는 빠지지 않는다.

이 쯤 되니까 나도 터키 음식에 적응이 되어서 맛있게 잘 먹었다.

터키 음식이 느끼하게 느껴진다면 뜨거운 홍차를 같이 마셔보자.

뜨거운물로 설거지 하듯이, 홍차가 입안의 기름을 쫘악 쓸어 내려주기 때문에 느끼함이 훨씬 덜하다.

 

밥 먹는데 밖을 바라보니, 코 앞에 있는 마르마라해에서 돌고래들이 뛰어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광경인데, 여기에서는 일상인 듯 하다.

돌고래는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듣기로는 돌고래들이 흑해에서 에게해나 지중해로 왔다 갔다 한다고 하는데, 터키는 정말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아침을 먹고 무다냐 마을을 돌아다녔다.

곳곳에 낚시꾼들이 많아서 물을 들여다 보니, 물 속에 작은 물고기들이 정말 많았다.

낚시꾼들은 멸치처럼 작은 물고기들을 낚아서 그 물고기를 다시 미끼로 큰 물고기를 노린다고 한다.

물고기는 잡으면 회로 먹어야 제 맛인데 여기 사람들은 대체 어떤 식으로 먹을까?

 

주민분들께 죄송하지만 주택가에 잠시 불법주차를 하고 주변을 구경다녔다.

마을 주택가가 을왕리랑 비교하면 미안할 정도로 너무 이쁘게 만들어져 있다.

마을 골목길의 끝이 바로 바닷가와 연결되어 있어서 마치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마을처럼 생겼다.

 

마을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아서 30분 정도면 다 구경할 수 있다.

무다냐 구경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부르사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부르사 중심지에도 이스탄불 처럼 트램이 다닌다.

쇼핑을 할 수 있는 바자르도 있는데, 관광객이 적기 때문에 호객하는 사람들도 없고 확실히 이스탄불의 바자르보다는 물가가 로컬 물가에 가깝다.

 

처음으로 들른 곳은 울루자미라는 부르사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다.

 

크기가 정말 어마어마 했다. 바닥은 모두 깨끗한 카펫으로 되어있는데, 대체 어떻게 청소를 하는지 신기할 따름.

분위기는 내가 생각하던 엄숙함과는 많이 달랐다.

엄숙하게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모스크를 휴식공간으로 생각하고 모여서 이야기를 하거나,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도 많았다.

마을회관처럼 사람들이 모여서 휴식도 취하고, 기도도 드리는 공용 커뮤니티 시설같은 느낌 같았다.

하긴, 이 아름답고 큰 공간을 오로지 기도하는 장소로만 쓴다면 너무 큰 낭비겠지..?

 

모스크를 구경하고서는 차를 마시러 나왔다. 왼쪽 사진의 감옥처럼 생긴 건물이 던전의 입구인데, 들어가면 복도에 상점이 쭉 들어서있고, 1층으로 내려가면 차이를 마시는 정원같은 공간이 우측처럼 나온다.

파라솔에 앉아있으면 차이를 파는 사람들이 와서 주문을 받아 간다.

확실히 터키사람들의 피에는 홍차가 흐르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아를 물대신 마시는 것처럼 여기서는 차이를 물 대신 마신다. 하루에 최소 5잔은 마시는 듯 하다.

차이 가격은 5(500원)리라 정도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싸돌아 다니다 보니 슬슬 배도 꺼졌겠다, 드디어 부르사의 명물 이스켄데르 케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이스켄데르는 부르사에 살던 이 케밥을 개발한 요리사의 이름이다.

그러니, 당연히 부르사에 그 사람이 운영하던 식당이 아직도 운영되고 있다.

이스켄데르 케밥집 1호점

원조 이스켄데르 케밥집에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린다.

아마 여기 들어가서 식사하려면 최소 1시간은 줄을 서야 겨우 문턱 구경이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여기로 갈 필요 없다. 1호점 말고 2호점이 근처에 있는데, 어차피 맛 자체는 동일하니 거기로 가면 줄을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먹을 수 있다.

 

이스켄데르 케밥집 2호점

여기가 식당자체가 훨씬 넓어서 그런지 웨이팅이 없다.

이스켄데르 케밥 자체는 이전에 게브제 쇼핑몰에서 먹어보아서 어느정도 무슨 맛인지는 알고 있었다.

진짜 이스켄데르 케밥을 먹기 전까지는.

 

진짜 이스켄데르 케밥. 다시 먹고 싶다.

왜 원조 이스켄데르 케밥을 먹어보라는지 알았다.

프렌차이즈 이스켄데르 케밥과 원조 이스켄데르 케밥을 비교하는 것은,

마치 김밥천국의 냉동 갈비탕과 유명한 갈비집에서 먹는 갈비탕을 비교하는 것과 똑같은거다.

맛과 텍스쳐가 아예 다르다.

나는 이제까지 되네르 방식(고기를 꼬챙이에 쌓아서 수직으로 굽는 방식)으로 고기를 구우면 어쩔수 없이 육즙이 날아가 퍽퍽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이스켄데르를 먹어보니 고기를 입에 넣자마자 육즙이 나오고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스테이크 고기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과는 또 다른 부드러움이다.

같이 주는 요구르트도 인스턴트가 아닌 수제 요구르트로 풍미가 상당하다.

이건 이제까지 한국과 터키를 통틀어 맛 본 터키요리 중에서 제일 맛있는 요리이다.

누가 터키여행을 온다고 하면, 다른건 몰라도 이스켄데르 케밥을 꼭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 내가 못 찾았을 뿐이지 이스탄불에서 비슷한 퀄리티로 파는 이스켄데르 케밥도 있을 것 같다.

한국에 있다면 한국에서도 찾아먹을 법한 맛이다.

가격은 기본사이즈가 70리라(7,000원)로 일반 케밥가격의 두 배 정도이지만, 퀄리티 자체는 두 배 그 이상이라 충분히 먹을만한 가치가 있다.

 

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겸 다시 또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확실히 부르사도 있을 거 다 있으면서, 분위기 자체가 은은하게 아름다운 도시이다.

이스탄불이 너무 화려하고 볼 게 많아서 뭐부터 봐야할지 정신없는 느낌이라면, 부르사는 그것보다 좀 절제되어서 차분한 느낌을 주는 편안한 도시이다.

 

 

저녁은 시내 중심가 쇼핑몰의 양식집에서 먹었다.

 

아무래도 소고기가격이 한국에 비하면 워낙에 저렴하다보니 하루에 꼭 한 번은 스테이크를 먹어줘야 남는 장사다.

이틀 간 열심히 가이드를 해 준 이 친구의 고향은 사실 콘야라는 도시이고, 부르사에 있는 기숙사에서 독립하게 된지는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안 그래도 취업준비하느라 생활이 빠듯할텐데, 맛있는 걸 많이 먹여서 보내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전에 친구가 말하던 내용이랑 비슷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터키의 젊은이들은 이제는 힘들어 하는 단계를 지나 절망, 포기단계라고 한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인맥이 없으면 취직이 어렵고, 어렵게 취직에 성공해도 회사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기가 어렵다고 한다.

의대를 나와 의사가 되어도 월급이 미화 천 불 수준이라고 하니, 일반 직장인들의 생활은 얼마나 빠듯할지 상상도 안 간다. 물가가 그만큼 저렴한 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다들 터키를 탈출하고 싶어한다.

특히, 요새는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자신도 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되지 않아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만 들어도 숨이 턱턱 막혀오는데, 괜한 위로를 한답시고 입에발린말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많이 충격적인 현실이었다.

 

사실 나도 터키경제가 정말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이스탄불에 가보면 독일제 외제차가 서울만큼이나 많다.

그런데 터키에서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을 구입하려는 경우, 국내 가격의 최소 2배 혹은 많게는 3배까지 주어야 구입이 가능하다.

즉, 우리나라에서 5천 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가 터키에서는 1억을 넘게 주어야 구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포르쉐 카이엔 같은 경우는 가격이 7억 가량이라고 하는데,

터키의 평균소득이 한국의 6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하면, 정말 미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런 높은가격은, 터키의 세금 때문인데, 보통 자국산 자동차브랜드가 없는 나라들은 자국 브랜드가 자생할 수 있도록, 보호정책의 일환으로 수입차에 무지막지한 세금을 때리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동남아도 우리나라보다 차 가격이 배 이상으로 비싸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탄불에는 비싼 외제차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 의아하다.

그 말은, 돈이 많은 부자들은 돈이 정말 썩어나게 많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반면에, 월급을 받는 일반 서민들은 열심히 일해봤자 부자들이 타는 외제차 바퀴 한 짝조차 사기 힘든게 현실인 것이다.

이런 현실이 한국인인 나에게는 사실 잘 와닿지는 않았다.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실 외제차를 저축하려고 안 사는 것이지, 못 사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동남아처럼 겉으로 보았을 때 인프라와 도시 전체의 모습이 좀 낙후되어 있기라도하면 어느정도 실상이 위화감없이 와닿기라도 하겠는데,

터키는 겉으로 보았을 때 인프라가 유럽처럼 정돈된 느낌이나고, 도시도 시각적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풍겨서, 실제 사람들이 사는 생활수준이 과연 진짜일까? 하고 들으면서도 믿겨지지 않았다.

 

여행을 하면 할 수록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절대 살기 나쁜 나라가 아님을 피부로 느낀다.

세상에는 사다리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터키도 그 중 하나인 것 같다.

사다리가 있느니 없느니 싸우는 나라는 아직 충분히 살만한 나라다.

 

주차문제로 호텔에 차를 박아두고 식당에 왔기 때문에, 이 친구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택시를 타고 가도록 몰래 100리라를 친구 주머니에 넣어 뒀다.

그러자, 멀리서부터 무서울 정도로 정색을 하고 쫓아온다.

자기는 지하철을 타고 갈 거라고, 돈을 주면 땅에 버릴 거라고 협박을 한다.

나 같았으면 그냥 어쩔수 없는 척 하고 타고 갔을텐데. 내가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소박하고 착한 친구들이 나랏님들 때문에 고생하는 걸 직접 보니, 조금이라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미천한 내가 걱정할 입장은 아니지만, 터키상황이 하루 빨리 나아지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바란다.

다음에 터키에 왔을 때는 친구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 졌기를 바라면서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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