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에 해당되는 글 1건

일하고 있는 회사의 배려로 작년 말에 약 2주 간의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어디로 여행을 갈까 고민하다가 터키를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터키로 정한 가장 큰 이유는 터키의 화폐인 리라의 가치가 대폭락(차라리 비트코인이 리라보다 안전한 수준)을 하면서, 지금이 역사상 터키여행의 최적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유튜브로 물가를 검색해 보아도 모든 가격이 동남아보다 저렴한 것으로 보여서, 딱 지금이 우리에게는 돈 치트키를 치고 돌아다니는 느낌이 날 것 같았다.

코시국에 외국인 자가격리도 따로 없고, 볼 것 먹을 것 많은 것으로 유명한 나라가 터키이기에, 바로 이스탄불행 티켓을 구입했다.

 

티켓은 에미레이트 항공 공홈에서 구입했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세금, 유류세 다 포함해서 두바이 환승 왕복 63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

그리고 티켓 구입하면서 알았는데, 생각보다 터키가 멀더라.

TV 뉴스에서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모래바람 속 바주카를 쏘는 모습의 배경으로 주로 등장하는 아프간과 이라크같은 무시무시한 나라들보다 훨씬 더 먼 나라였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터키는 형제의 나라라고 친숙해져서 그런지? 터키를 은연중에 그닥 멀지 않은 나라라고 생각했나 보다. 직항으로는 11시간, 경유로는 인천-두바이 10시간, 두바이-이스탄불 5시간이 걸린다.

 

드디어 출국하는 날이 되었고, 퇴근 후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인천공항 문턱을 밟았던 때가 태국에서 돌아오던 2019년 겨울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시간이 벌써 2년이 넘게 흘러버렸다.

 

확실히 코시국에다가, 귀국 시 자가격리면제도 없어져서 그런지 인천공항이 엄청 썰렁했다. 체크인 대기줄이 거의 없었다.

터키는 PCR 음성결과서 혹은 백신접종증명서 둘 중 하나를 소지하고 있다면 입국 시 격리가 아예 없다.

난 한국에서 2차 접종까지 끝낸 터라, 에미레이트 카운터에서 체크인 할 때 HES 코드 발급증명서와, 백신접종증명서만 보여줬다.

에미레이트 항공 또한 PCR 음성결과서를 요구하지 않는 항공사이기 때문에, PCR은 필요없었다.

 

참고로 코시국에는 탑승권 발급을 키오스크에서 할 수 없고, 무조건 체크인 하는 카운터에서만 발급할 수 있다. 입국 조건이 되는지 탑승권 발급 전 일일이 체크하기 때문인 것 같다. 코로나 관련 터키 입국 조건이나 두바이 환승조건, 에미레이트 탑승 조건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에미레이트에 직접 전화해보는 것이 제일 정확하다.

 

탑승동 터미널은 미친듯이 썰렁했다. 모든 식당가와 카페, 대부분의 면세점이 문을 닫은 상태였고,

너무 썰렁해서 마치 문닫은 백화점에 들어온 느낌이 났다.

이게 진짜 인천공항이라니.. 씁쓸하다..

 

내가 두바이까지 타고 갈 에미레이트의 보잉 777-300 기종이다. 에어버스 A380 이랑 비교하면 크기는 조금 작지만, 사실 내가 앉는 좌석사이즈는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보잉 777 자체도 사실 큰 편이긴 하다.

엔진 한 짝이 제주도가는 비행기의 몸통만 하다.

 

인천발 두바이행은 비행기에 사람이 반도 안 타서, 이코노미인데도 그나마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확실히 에미레이트가 돈이 많은 항공사라 그런지, 장비가 좋다. 대형 모니터에 뭐 여러가지 잡기능이 많다.

그리고 안대와, 귀마개, 칫솔, 양말 등이 들어있는 귀여운 파우치를 나눠주는데, 이상하게 일회용슬리퍼는 안들어있다 (양말이 슬리퍼 대용인가?).

좌석 등짝에는 파워아울렛과 충전용 USB단자가 달려있어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데, 이륙 이전에는 충전용 단자와 콘센트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 날은 날씨가 추워서 그랬는지, 날개에 언 얼음을 녹인다고 1시간 넘게 이륙이 지연됐다. 그래서 밥을 새벽 2시 쯤에 먹은 것 같다. 밥도 아주 잘 나온다. 인천발 혹은 인천행 노선은 김치를 꼭 주는데, 그 맛이 우리집 김치보다 낫다.

이슬람 국가 항공사라 걱정했는데, 술도 다 제공한다. 맥주, 위스키, 보드카 종류별로 다 있다.

역시 비행기에서는 술 한잔 마시고 잠에 들어 텔레포트하는게 짱이다.

 

 

드디어 도착한 두바이 공항

여기서 부턴 그냥 다른세상이다. 마치 코시국 이전의 세상으로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

사람들도 많고, 문 닫은 가게도 없다. 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그런데 두바이공항 물가는 사악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우리나라 돈 8,000원이다. 확실히 기름이 펑펑나는 빠른무한맵에서 사시는 행님들이라서 그런지, 미네랄밖에 없는 맵에 사는 우리로써는 물가가 무시무시하다.

밥은 참았다가 그냥 비행기에서 배급해 주는 걸 먹기로 하자.

하나 좋은 건, 두바이 공항 와이파이는 인천공항처럼 무료에다가 굉장히 빨라서, 한국사이트에 접속하거나, 파일을 업로드, 다운로드 하는데에 전혀 막힘이 없다. 느낌 상으로는 가정집 와이파이 수준으로 빠릿했던 것 같다.

기름냄새가 나는 인프라다.

 

최첨단 장비로 콩순이 컴퓨터를 즐기는 애기들의 모오습

 

두바이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는 에어버스 A380 비행기였다. 확실히 엄청 크다. 그런데 사실 비행기는 커도 내가 앉는 자리 크기는 똑같다.. 얼른 돈 많이 벌어서 2층에 한번 타 보자.

 

이스탄불행 비행기에서는 연어스테이크를 줬다. 중동발이라 그런지 호무스라는 중동음식을 줬는데, 내 입에는 잘 맞았다. 병아리콩을 갈아서 만든다고 하던데, 그냥 먹어도 되고 빵에 발라먹어도 맛있다.

갈린 콩의 텁텁함과 크리미한 부드러움이 섞인 묘한? 텍스쳐에 중동의 향신료맛이 더해진 음식이다.

에미레이트 밥이 나랑 아주 잘 맞는 것 같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에미레이트 비행기에서는 유료긴 하지만, 위성 인터넷을 통한 기내 와이파이가 된다.

원래는 메신저에 한 해 2시간 무료서비스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탔을 때는 무료서비스는 없었다.

어느정도의 업무가 가능한가 궁금해서 16불을 결제하고 무제한 데이터를 신청해서 사용해 봤는데, 진짜 개 느리다. 무제한이라는 말이, 어디 한번 무제한으로 쓸 수 있으면 써봐라? 라는 의미인 듯 하다.

인터넷 웹서핑은 2~3분 기다리면 한 페이지 정도 볼 수 있고, 메신저로 텍스트 메세지 보내는거 이외에는 암 걸려서 아무것도 못하는 속도다.

서비스 설명으로는 지구 밖 34,000km 상공의 위성으로 지상과 통신을 한다고 하는데, 내 메세지를 단돈 16불에 왕복 70,000km 를 왔다리 갔다리? 시켜준다고 생각해보면 비싸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메세지 정도는 잘 되니, 중요한 메세지를 주고 받아야 하거나, 이메일 한 두개 열람하거나 전송해야 하는 경우에는 요긴할 듯 하다.

 

드디어 도착한 이스탄불 공항. 터키항공의 허브공항답게 빨간색의 터키항공 비행기가 주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입국심사는 진짜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심지어 HES 코드증명서를 요청하지도 않는다.

그냥 대한민국 여권과 백신접종증명서만 보여주면 프리패스. 코시국이 맞는지 의아한 수준이다.

 

나는 이스탄불 말고도 다른 도시도 가 보려고, 이스탄불공항에서 입국과 귀국에 맞추어서 2주 간 렌트카를 빌렸다.

렌탈카스닷컴을 통해 Garenta 라는 회사에서 피아트의 에게(Egea) 라는 소형차를 빌렸는데, 이스탄불공항에서는 렌트카를 픽업하기가 너무나도 편리하게 되어있다. 공항 도착층 바로 앞에 렌트카 전용 지하주차장이 있어서 코 앞에서 차량을 픽업하고 운전해서 나갈 수 있다.

가격은 꽤 저렴했다. 2주 간 총 렌트비용은 22만 원 가량이었고, 현장에서 면책금 없는 풀커버 보험을 추가로 드는데에 1000리라 (약 10만 원) 정도를 추가 지불 했다.

근데 좀 어이가 없는게 직원에게 물어보니 기본 보험은 사고 시 최대 보장액이 700리라 (잘 못 쓴거 아님.) 라더라. 700 리라는 원화로 환산하면 7만 원이다.. 뭔 장난감 자동차도 아니고..? 사실 상 보험이 없다고 보는게 맞다. 그래서 풀커버보험을 어쩔 수 없이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들기를 잘 했다.

터키사람들 차 운전문화가 많이 개판이라, 주차된 차를 긁어놓고 말도없이 도망가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그걸 당했다.

차는 21년식에 1만 키로도 안 뛴 새차여서 컨디션이 최고였다. 에어컨도 오토였고, 네비는 안되지만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동되는 멀티미디어 시스템도 장착되어 있었는데, 미션이 수동이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수동을 고른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조금 더 저렴한데다가 재미있어 보여서 수동으로 골랐던 건데.. 하.. 이것 때문에 이스탄불에서 오줌 쌀 뻔했다.. 여러분들은 수동 렌트하지 마세요.. 아니 이스탄불에서 렌트하지마세요. 이스탄불에서 자동차는 쓰레기일 뿐 입니다.. 차라리 자전거를 렌트하는게 낫습니다.

 

 

보다시피 대부분의 여행객이 머무는 이스탄불의 중심지(카드쾨이, 에뮈뇌늬, 베욜루 등)에서는 길거리 주차 각이 아예 안나온다. 애초에 주택가는 차량이 1대 밖에 지나갈 수 없는 폭의 이면도로로 길이 구성되어 있고, 이 조차 인도에는 개구리주차를 할 수 없도록 주차방지 콘크리트 구조물이 인도 가장자리를 따라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이스탄불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고층아파트나 고층호텔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는 그 흔하디 흔한 지하주차장이 대형 쇼핑몰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건축법에도 주차면수를 확보하는 규정이 없거나 대부분의 주택가들이 차량이 많지 않던 오래전에 지어진 것 같았다.

차는 미어터지도록 많고, 주차공간은 없으니, 웬만한 글로벌 프렌차이즈 호텔이 아니면, 터키 로컬 호텔들(터키어로 Otel 이라고 부른다)은 호텔주차장이 없다. 아고다나 호텔스 닷컴에서 주차장이 있다고 표시되어있어도 막상 가보면 없다. 아니, 호텔 리셉션에 주차장 물어보려고 잠깐 정차할 공간조차 없다.

우리나라는 강남 한복판 모텔에도 주차장이 있고, 교통체증의 지옥으로 유명한 방콕의 저렴한 부티크호텔들도 주차장이 딸려있어서 이스탄불도 그려려니 했는데, 내 판단착오였다.

이스탄불 중심지에서의 주차는 서울과도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진짜 이스탄불에서 차 끌고 그 미친듯한 교통체증속에서 호텔 주변을 몇 바퀴 돌다보면 차를 그냥 버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차라리 차량을 otopark(터키말로 주차장)라고 하는 유료주차장에 주차한 이후, 그 주차장에서 가까운 호텔을 찾아서 숙박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심지 호텔이나 주택가에 주차장은 없어도 otopark는 많이 있다. 주차비용은 보통 하루에 3000원 ~ 8000원 사이.

터키 현지인들에게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otopark에 주차차량이 미어터져 관리인이 발렛으로 겹겹이 주차하기에, 한 번 차를 박으면 빼기가 쉽지 않다.

 

운전같은 경우는, 이스탄불에 언덕이 많아서 수동을 타게 되면 출발 시 뒤로 밀리거나, 자칫하면 시동을 꺼먹기 일수다. 이런 경우, 실패할 때마다 점점 뒤로 밀리면서 상대방 차량에 가까워 지기 때문에 기회가 몇 번 없다. 정말 등짝을 식은땀으로 적셔가며 스파르타식으로 수동연습을 하고 싶으면 수동을 추천한다.

언덕진 주택가의 다운힐 이면도로에서는 마주오는 차량과 일기토를 하다가 도저히 오르막 후진이 안 되어서 (3번 이내에 후진을 성공 못하면 앞 차에 박게 된다.) 반대편 차에 타고 있던 터키 아재가 내 차를 빼주기도 했다.

 

나중에는 수동을 어느정도 마스터해서 즐기면서? 운전을 했지만, 이런 경험은 나 하나로 족한 것 같다.

여행에서는 최대한 신경쓸일을 줄이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그냥 렌트할 돈으로 택시나 타자?

 

나는 첫 날과 둘째 날을 탁심 근처 호스텔에서 묵을 예정이었는데, 호스텔 주인이 주차장이 있다고 하였지만 결국 없다는 것을 깨닫고, (걍 골목 빈 공간에 알아서 주차하는 것을 주차장이 있다고 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변 otopark에 주차한 후 호스텔에 짐을 풀고 이스티클랄 거리로 나왔다.

보다시피 여기는 코시국이 아닌 듯했다. 길거리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제한, 방역패스 따위는 없다. 사진에 보이다 시피 야외에서는 마스크 쓴 사람 반, 안 쓴 사람 반이다.

다들 코로나를 개의치 않아하는 분위기다. 보행자보다 자동차 우선인 터키의 운전문화에서 알 수 있듯이, 약하면 도태되고 강한 자만 살아남는 상남자의 나라가 바로 터키인 것이다.

 

이스티클랄 거리를 걷다보면 호객행위가 종종 있다.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거리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명동 포지션), 자연스럽게 각 식당과 펍의 삐끼들이 호객을 많이 하는데, 별로 공격적이지는 않다.

이 식당 저 식당 비교하기 너무 피곤하다 보니, 그냥 속는 셈치고 열심히 일하던 삐끼에게 기분좋게 낚여줬다.

새끼양(램)스테이크를 시켰는데, 가격이 200리라(약 2만 원) 정도 했다.

한국에서는 새끼양고기가 워낙 비싸니까 잘 몰랐는데, 이 가격은 터키 물가치고 굉장히 비싼 바가지 가격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터키에서는 음식을 주문하면 대부분 이런식으로 공짜 빵이 나온다. 맛은 그냥 아무 맛 없는 무맛이다.

램스테이크는 잡내 없이 매우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해서 맥주가 술술 넘어갔다.

간도 딱 알맞게 된 상태로 구워져 있어서 따로 소스를 찍을 필요도 없었다.

 

배도 어느정도 채웠겠다 맥주를 좀 마시려고 주변 거리를 걷다가 터키 아재랑 맥주를 마시게 됐다. 터키는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라 무슬림이더라도 그냥 술을 마신다.

좌측 사진 속 사람들이 모두 터키인들이지만, 모두 라크라는 터키전통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터키아재에게 물어보니, 술 마시는 것 자체는 괜찮고 취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취하려고 마시는데..ㅋㅋ

처음엔 맥주인 Efes를 마셨는데, 터키맥주도 독일 맥주 못지 않을 만큼 진하고 맛있었다.

터키의 전통술인 라크라는 술도 마셨다. 이 술은 포도로 만드는 독한 리큐르인데 본래의 색은 투명하지만, 물에 섞게 되면 막걸리처럼 하얀색이 된다.

특유의 강한 향이 있지만 (포도향은 결코 아니다), 나랑 잘 맞았었다.

이슬람 국가라 술을 제대로 못 만들줄 알았는데.. 만드는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그리고 터키사람들이 생각보다 터키사람들처럼? 안생겼더라.

보통 터키사람 하면, 까무잡잡한 피부에 검은머리와 턱수염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반 정도만 맞는 말이다.

나머지 반은 푸른눈동자에 금발인 터키인들도 있고, 아랍사람 처럼 생긴 사람들도 있고, 스탄나라에서 온 고려인처럼 생긴 사람들도 있다.

처음에는 금발에 푸른눈을 가진 백인들이 독일이나 서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인 줄 알았는데, 다 터키사람이라고 하더라.

여하튼, 볼 것도 많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스탄불의 첫 날이었다.

 

 

 

 

블로그 이미지

찰리와마약공장

,